일본 노부부의 청주 방문
일본 노부부의 청주 방문
  • 박완희 <(사)두꺼비친구들 사무국장>
  • 승인 2012.03.1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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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완희 <(사)두꺼비친구들 사무국장>

3월 11일 일요일 아침. 두꺼비생태공원에 배낭을 메고 한 보따리의 짐을 들고 노년의 부부가 찾아왔다. 서툰 한국말로 일본에서 청주 두꺼비를 보려고 왔다는 것이다. 이 노부부는 일본 기타큐슈 박물관에서 개구리, 도롱뇽을 공부하는 연구회 소속 회원들이었다. 그분들이 사는 지역에도 두꺼비가 있는데 개발 때문에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어 두꺼비 보호 방안을 찾기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더니 대한민국 청주의 두꺼비생태공원이 나와서 급한 마음에 사전 연락도 못 하고 찾아왔다는 것이다. 일본에는 정년퇴직한 분들이 다양한 생물관찰연구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개구리, 두꺼비를 보호하려고 우리 청주까지 찾아온 그분들의 열정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래서 두꺼비생태공원 활동가들이 동행하면서 청주의 개구리 보호활동을 소개해 주었다. 그 첫 번째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두꺼비 로드킬 방지활동이었다. 용암동 낙가동소류지에 모시고 가 두꺼비 옮겨주기 활동을 함께하였는데 청주시에서 만들어 부착한 '두꺼비 로드킬 방지' 현수막과 두꺼비 이동에 도움을 주려고 도로와 인도 사이에 있는 경계석의 턱을 낮추는 공사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다. 일본에서는 지자체가 개구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아무리 보호하자고 제안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청주시의 활동에 찬사를 보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청원군 가덕면 내암리 계곡이었다. 수 십 마리의 도롱뇽들이 짝짓기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일본에도 도롱뇽이 많기는 하지만 이런 산란 모습은 처음 본다면 환상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곳이 남아 있다는 것을 많이 부러워했다. 이 일본 부부는 3박 4일간 모 호텔에 숙소를 잡고 청주, 청원의 개구리를 관찰하고 돌아갔다. 일본 기타큐슈에 함께 활동하는 분들이 50명 정도 되는데 내년 봄에 그분들을 모시고 다시 한번 찾아오겠다며 지속적인 교류를 원했다. 일본에서 청주 두꺼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또 있다.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일본자연보전협회 도롱뇽연구회에서도 지난해 가을 청주를 다녀갔으며 올해 다시 청주를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청주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양서류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두꺼비생태공원이 문을 연 2009년 이후 일본,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필리핀, 체코 등지에서 찾아왔다. 두꺼비, 개구리 등 우리 지역의 생물자원이 청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에서 서식지 외 보전기관을 지정하여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증식복원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자체들의 관심은 그리 높지가 않다. 경남도에서는 우포늪에서 따오기 증식에 성공해 서식지 복원을 추진 중이지만 충북에서는 한국교원대학교 황새복원센터에서 황새의 인공증식에 성공하였음에도 방사지, 복원지로 충남 예산지역이 선정되는 상황이 되었다. 어디 이뿐이랴! 천연기념물 제533호로 지정된 미호종개는 미호천에서 처음 발견된 우리 지역의 고유종이지만 문화재청은 지난해 충남 부여와 청양 일원을 미호종개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였다.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생물다양성협약(CBD)'이 채택된 이후 지난해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CBD 제10차 총회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공유(ABS)에 관한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된 이후 생물자원의 보존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환경부도 지난해 지자체에 생물자원보전시설을 지원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는 등 생물자원 보존 및 이용에 관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경남도는 이미 2014년 생물다양성협약 총회 유치에 나서면서 생물다양성 증대를 통해 농업과 생태관광으로 발전시키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충북은 우리나라 18종의 양서류 중 16종이 서식하는 양서류 생물종 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이미 청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두꺼비, 개구리의 도시로 인식되고 있다. 5월 중순 낙가동 소류지에서 수백만 마리의 새끼 두꺼비들의 이동을 보려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날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생물종이 지역을 살리는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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