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빈 집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1.1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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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공 영 구

아직도 고향에는 등기된 집 한 채 있다
아버지가 애써 일군 집
어머니가 금비녀처럼 아끼시던 집
오남매 꿈이 영글어 피어난 외딴집
썩어가는 기둥에 녹슨 못
거미줄이 애써 감싸고
몸통 드러낸 주춧돌이
잡초에 매달린 채 힘겨워 하며
찢어진 양철지붕 빗물 막으려 용쓰다 뒤집혀
바람에도 겁나 떨고 있다
그을린 정지문 붙잡고 의지하는
뒤뜰 가죽나무의 무성한 잎사귀
주인 없이 지켜온 텅빈 마음의
십 년 상처 다독이고 있다
점점 넓혀가는 타성받이 틈에 끼어
그래도 가끔이면 가 보고 싶은 빈집

 설 귀성이 시작되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분주한 걸음걸음이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부모님이 떠나고 반겨줄 이 없는 고향이 되었지만 추억 속 고향은 구석구석 흔적을 낳으며 온기를 전해줍니다. 지나간 시간을 곧추세우듯 홀로 텅 빈 마당을 지키고 있는 고향집을 생각하면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그리움이 번득 사무쳐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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