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들섬’을 ‘람사르 습지’로 지정⋯ 생태교육장을 제공하자
기고
며칠 전 고향 당진시 신평면 인근 소들섬을 찾았다. 소들섬 주변에 흰색 큰고니들이 노니는 아름다운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하여 저녁쯤 되자 소들섬에서 쉬고 있던 수만 마리의 가창오리들이 떼를 지어 날아올라 연출하는 군무는 가히 장관이었다.
소들섬은 충남 당진시 우강면에 위치한 면적 약 17만㎡의 섬으로 지난 1973년 삽교천 방조제가 건설되면서 퇴적물이 쌓여 자연적으로 형성되었다. 소들섬 주변은 하천과 인접한 습지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어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기능하며, 철새들이 이동하는 중간 기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겨울철 철새들의 주요 월동지로 흰꼬리수리, 큰고니, 저어새, 황새, 수달 등 멸종 위기 야생 생물들의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되어 있는 수원청개구리가 한반도에서는 마지막으로 발견된 지역이기도 하다.
소들섬은 삽교천의 중류에 위치한 하중도(河中島)로, 주변의 습지는 풍부한 수생식물과 저서생물들이 공존하는 건강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물속의 유기물을 정화하며, 수질 개선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습지는 단순히 물이 고여 있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의 스펀지 역할을 하며, 홍수 시에는 물을 머금어 수해를 예방하고 가뭄 시에는 수분을 유지하여 수자원을 공급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또한,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나 기후변화 완화에도 기여한다. 따라서 삽교천 주변에서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혜택을 제공하며, 건강한 생태계가 지속 가능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소들섬이 가진 생태적 가치와 환경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람사르 습지 지정은 반드시 필요하고 시급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람사르 협약은 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서 채택된 국제 협약으로, 습지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목적으로 한다. 대한민국은 1997년에 람사르 협약에 가입했으며, 이후 여러 중요한 습지를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우포늪, 대암산 용늪, 순천만 등이 있으며, 이들 지역은 보호를 통해 생태적 가치를 유지하는 동시에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소들섬이 있는 삽교호의 경우 람사르 습지의 지정기준인 ‘국제적 멸종위기종 서식’, ‘연간 2만 마리 이상의 수 조류 서식’ 등의 기준을 이미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주변의 경작지 대부분이 국유지·도유지로서 경작자들에게 경작보상 등의 노력을 통해 습지로의 지정이 용이할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지자체 등의 적극적인 노력만 있다면 람사르 습지로서의 지정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우리나라 전체에 모두 26곳의 람사르 습지가 있는데 충남도에는 태안군 원북면 두웅습지와 서천군 서면 서천 갯벌 등이 습지로 지정되어 있는 현실 속에서 소들섬의 람사르 습지 지정은 당진지역은 물론 인근 아산, 서산, 예산, 천안, 홍성 등 충남 전역의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생태교육의 장으로서 교육적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연은 한 번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우리 어른들은 후손들에게 건강한 자연을 물려줄 책임이 있다. 소들섬을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는 것은 그러한 책임을 다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의 환경보전 실천 노력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며,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의 환경을 아름답게 보전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후손들에게 위대한 유산을 물려주는 일이 될 것이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소들섬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