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안땅에 ‘눈이 내리는데’ 한운사
Dr. Jung의 호서문화유람
일제 강점기였던 1923년 충북 괴산 청안에서 출생한 한운사는 지금의 청안초등학교 전신인 청안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청주상업중학을 거쳐 서울대 불문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본명은 간남(看南)이다.
대학 재학중이던 1948년 중앙방송국 라디오 드라마 ‘어찌하오리까’로 방송가에 문을 두드리게 된다. 이미 1946년에는 시인으로, 1955년에는 소설가로도 등단하게 된다. 그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문학적 천재성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1961년에는 ‘현해탄은 알고 있다’, 1965년에는 ‘빨간마후라’, 1971년 ‘남과북’ 등 라디오와 영화, 그리고 드라마 시나리오를 집필함으로써 한국방송드라마의 대부로 불리게 된다.
그 당시에는 이미 주제가가 라디오 드라마 제작시에 이미 포함되어 같이 만들어지고, 드라마가 인기를 끌게 되면 후에 영화로 다시 제작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었다. 당연히 유명세를 탄 한운사의 드라마 시나리오는 그 주제가로 인해 더욱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속에 머물게 되었다. 공군의 노래가 된 빨간마후라와 1983년 KBS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통해 널리 알려진 ‘누가 이사람을 모르시나요’도 시나리오 각본과 함께 만들어진 노래이다.
1960년 중앙방송국의 라디오 드라마 ‘어느 하늘 아래’의 주제가 ‘눈이 내리는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노래는 당시 방송국 악단장으로 있었던 손석우가 만들어 최양숙의 데뷔곡이 되었다. 당시 서울대 음대 3학년에 재학중이던 최양숙은 중앙방송국 합창단 신분으로 이 노래를 녹음하였는데, 이 일로 서울대 음대학장이던 현제명 교수에게 불려가 큰 추궁을 당하게 된다.
이런 와중에 이듬해인 1961년 미8군에서 노래하던 한명숙이 녹음하게 되었는데 이 때 블루벨즈가 코러스를 넣었다. 이 노래는 뷔너스 레코드에서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인 손석우 작곡집 <검은 스타킹>의 수록되면서 지금은 한명숙의 노래가 되었다. 패티김, 최무룡, 홍민, 문주란, 유익종도 불렀다. 오히려 최양숙은 샹송가수 아다모의 노래를 번안하여 1975년 발표한 ‘눈이 내린다’가 더 유명해지게 된 것은 아이러니다.
1969년에는 한운사 극본, 최무룡감독의 영화로 개봉되어 1960년 라디오드라마의 향수를 자극했다. 김지미, 신성일, 남궁원, 이순재 등이 출연한 6.25 배경의 멜로드라마로 전쟁 중에 잃게 된 사랑하는 사람의 유해를 안은 채 내리는 눈 속을 하염없이 걸어가던 주인공 김지미의 마지막 장면에 ‘눈이 내리는데’가 잔잔하게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1979년에는 KBS 드라마 주제가인 ‘레만호에 지다’, 1985년에는 산유국의 염원을 담은 ‘마두라 송’ 등의 노랫말도 만들었으나 이전처럼 크게 세간에 회자되지는 못하였다.
2009년 8월 11일 “한 가닥 구름 이는 것이 태어남이요, 한 가닥 구름 사라지는 것이 죽음이라... 나를 위해 한 평의 땅이라도 헛되이 쓰지 말라‘는 유언을 끝으로 강원도 문막의 충효공원에 영면한다. 그해 은관문화훈장에 추서되었다.
2013년 6월 한국방송작가협회와 한국영상자료원 주관으로 청안면 생가터에 한운사기념관을 개관하였다. 이 겨울 어느 눈오는 날 ’눈이 내리는데‘를 들으며 한운사기념관을 한번 다녀오자. 가난했지만 꿈많고 행복했던 6,70년대 눈내리던 풍경을 아련한 고향 소리와 추억으로 반추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