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마주할 판에 박힌 일상!
그림책 그릇에 담은 우리 이야기
일상은 반복의 삶이다. 하루에 한 번 아침을 맞이하고, 하루에 세 번 밥을 먹고, 열흘에 한 번 화분에 물을 주는 일, 무심하게 맞이하며 행하는 일상이다. 내 연배의 주부라면 가족을 위해 밥을 하고, 빨래하고, 아무리 해도 표시도 안 나는 집 안 청소와 정리 또한 의미를 두지 않고 흔히 하는 반복이다. 반복의 일상이다.
나를 위한 반복도 있다. 하루에 한 번 마시는 달달한 커피를 마시는 시간! 십수 년 전, 신랑 출근시키고 아이들 학교 보낸 후 찾아오는 멍한 머리를 각성시키고 한숨 돌리기 위해 가졌던 시간이다. 지금은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고 있음에도 그 시간이 되면 물을 끓인다.
이렇듯 반드시 기억하지 않아도, 굳이 의미를 두지 않고도 행하는 일상 있는가 하면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해서 하는 반복도 있다. 두 달에 한 번 갖는 친구들 모임이 그렇고, 기원을 담아 일 년에 한 번 팥죽을 끓여 먹고, 일 년에 두 번 위층 꼬마 친구들에게 어떤 선물을 주면 좋을지 고민을 하고, 매년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며 하는 다짐이 그렇다. 이 또한 반복의 일상이다.
이러한 반복이 모여 일상이 되고 일상이 중첩되어 우리의 삶을 이룬다. 의미를 두고 행하는 반복은 물론이거니와 무의미한 반복도 소중한 우리의 일상이란 뜻일 거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소소한 일상보다 특별함에 더 비중을 두려 한다. 시대의 흐름이다. 단조롭고 무의미하다고 여겨지는 일인데, 꼭 해야만 하는 반복의 일상이니 하지 않을 수는 없고….
거기에서 발생한 간극은 마음에 구멍을 만든다. ‘당신의 미래 비밀은 당신의 하루하루 판에 박힌 일상에 숨겨져 있다.’는 마이크 머독의 말과 맥이 통하는 부분이다.
<반복되지만 언제나 좋은 것들/브뤼노 지베르 글·그림/바둑이하우스>이란 그림책이 있다. 한 시간에 한 번 시계의 큰 바늘과 작은 바늘이 만나고, 매일 한 번 도시가 불을 밝히고, 일 년에 두 번 엄마는 아이가 얼마나 컸는지 벽지에 표시를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도시나 농촌이나 구별 없이 우리에게 일어나고 우리가 하는 일들이다. 일상은 반복의 연속이란 말이다.
하여, 작가는 무심결에 지나치는 우리의 일상을 마주 보라 권한다. 노력하지 않아도 다가오는 무형인 시간의 반복을 알아차리라고, 조금이라도 시선을 돌려 주변의 변화에서 의미를 찾아보라고, 내 아이들의 성장에 무조건적인 칭찬을 곁들여 아름다운 무늬를 새기게 하라 권한다.
그리하면 특수한 장소에 가지 않고도, 특출난 인연을 만나지 않아도, 특별한 일을 경험하지 않아도 소소하고도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소중함을 맛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라 작가는 말한다. ‘현대인은 일상 속에서 전율하는 법을 모른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기적 자체가 아니라 기적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라는 마이클 프로스트의 말과 끝이 맞닿는 의미로 보인다.
늘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내일도 마주할 일상들이다. 나의 내일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마음에 구멍을 남길 시선으로 구멍을 막아줄 잔잔한 전율을 느낄 수 있는 시선이 있는 일상이 될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