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어르신에게 디지털기기란? 환상과 환장사이

복지談

2024-12-12     신보미 서부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우리동네 복지관에 방문하는 어르신들의 휴대전화를 살펴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대게는 네모난 스마트폰을 사용하십니다. 또 3분의1정도는 아직은 폴더가 편해 폴더폰을 사용하십니다. 저는 처음에 그 휴대폰이 정말 폴더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어르신들의 일상 생활을 함께 하면서 그 휴대폰이 실은 스마트폴더폰인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 어르신께 사진기능도 되고 카카오 톡도 된다고 설명드렸습니다. 그리고 복지관에서 폴더 휴대전화인 분들을 모아 폴더스마트폰 소모임을 했습니다. 

전문강사님과 함께 했다면 훨씬 효율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문강사님들이 가르쳐주는 스마트폰 교육은 대게 네모난 스마트폰을 지니고 있어야 가능한 교육이었습니다. 또 기본적인 와이파이켜기, 휴대전화 키고 끄기, 진동과 벨소리 변환은 기본으로 하는 교육이라 몇회기 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한동안은 사회복지사가 직접 나서서 어르신의 폴더휴대전화를 탐구하고 물어보며 소모임으로 휴대전화교육을 했습니다. 진동과 벨소리 변환도 한달 내내 그것만 알려드려 익혔습니다. 올해는 감사하게도 1년간 스마트폰강의를 해주신 강사님 덕에 어르신들이 스마트폰 기능을 잘 익혔습니다.

어르신들은 디지털기기를 배울 때 어르신표현에 따라 ‘환장’하게 어렵지만 디지털기기를 익히면 환상적으로 삶의 효율과 자존감도 올라갑니다. 인바디, 혈압측정기, 스마트폰으로 걸음수 재기등은 삶의 질을 높여줍니다. 인바디를 통해 근육량을 측정해 더 운동을 해야하는 것을 알고 스스로 혈압측정도 해볼 수 있습니다. 문을 열었는지 안열었는지 모르는 가게에 무작정 찾아가기 보다 휴대전화로 검색해 전화한 후 갈 수 있습니다. 맛집에서 한없이 기다리기보다 어르신들도 테이블링 앱을 이용해 시간 맞춰 갈 수 있습니다. 버스 시간도 알 수 있습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삶이 더 효율적으로 변화됩니다.

올해 봉사해준 강사님은 “키오스크를 배우지 않거나 무인 주문을 멀리하게 되면 자연스레 사회와 멀어지는 단계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어르신들이 각종 관공서, 음식점, 병원에서 키오스크를 활용할 줄 알아야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습니다.”라고 봉사소감을 전했습니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실생활에서 한번쯤 키오스크를 기다리며 어르신들이 주문을 하거나 병원결제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어려워하는 모습을 접했을 것입니다. 우리 복지관에도 교육을 열심히 받고 키오스크 주문에 도전해본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키오스크도 늘 같은 꼴이 아니기에 어르신은 연습대로 못했다고 합니다. 바로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어 더 떨렸고 그러다보니 배운 것도 까먹었다고 합니다. 환장합니다.

어르신의 디지털역량을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여러 기기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각종 디지털기기들이 노인복지관 곳곳에 있습니다. 디지털배움터 교육도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습니다. 이와 더불어 이제는 디지털기기를 잘 다루는 세대의 기다림이 조금 여유로워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어르신이 있을 때 어르신이 안떨리도록 한발 물러서서 기다려주면 좋겠습니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어르신들이 잘 볼 수 있도록 조금 크게 쓰면 어떨까요. 작은 배려입니다. 그러나 받는 사람에게는 큰 마음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회와 가까이 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을 우리도 좀 더 포용적인 마음으로 바라보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