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수능이 끝났다. 지금까지 수능날에는 불어오는 바람에 옷깃을 세우며 종종 걸음을 걷게 되는 추운 날씨였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만큼 춥지 않았다.
지난 주말에 산책하다 보니 반팔 입은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11월에 반팔 옷을 입다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중학교를 졸업하며 친구와 했던 약속이 생각났다. 우리가 60살이 되는 해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면 철당간에서 만나자던 약속. 지금 생각하면 참 허술하기 짝이 없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면 만나자니.
아이가 어릴 때부터 곤충을 좋아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던 때에도 곤충을 잡아 친구들과 함께 관찰하곤 했다. 그래서 생물다양성 탐사인 `바이오블리츠'와 무심천 발원지 탐사 등을 다녀왔었다. 참가했던 바이오블리츠는 고창 선운산 일대에서 1박 2일로 진행됐는데 낮에는 채집망으로 곤충을 잡고 밤에는 불빛으로 곤충을 유인해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곤충을 관찰했다. 그리고 산 일대를 돌아다니며 자생하는 식물을 살펴보며 특징을 적고 그려보았다. 그때 꿀꽃을 알게 돼 지금도 지나는 길에 꿀꽃이 있으면 아이와 꿀을 찾는 나비처럼 꿀을 빨곤 한다. 또, 밤에 우는 새와 아침에 우는 새의 소리를 들으며 `어떤 새일까?' 추측해보고 망원경으로 관찰했다. 지금도 생각나는 새는 `산비둘기'로 어릴 때부터 많이 듣던 소리였는데 이름을 알게 되니 친숙하게 느껴졌다. 1박 2일간의 탐사를 마치며 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토론했다. 무심천 발원지로 탐사를 갔을 때는 우리나라의 생물 지표종인 꼬리치레도롱뇽에 대해 배운 후 꼬리치레도롱뇽을 관찰하기 위해 주변을 찾아보았으나 도롱뇽 알만 볼 수 있었다. 우리들은 발원지 주변 쓰레기를 줍고, 도롱뇽 알이 부화해 우리들 곁에 오래도록 함께 있기를 기원했다.
몇 년 전부터 따뜻해진 날씨로 가을에 피는 진달래가 신기하기만 하더니 이제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걱정이다. 예전에는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 기후였으나 지금은 아열대 기후로 변화되고 있는 것 같다. 제주도에서는 열대과일인 바나나가 생산되고 귤은 크기만 커지고 익지 않은 상태로 떨어져 평년보다 작황이 좋지 않다는 기사를 보았다. 사과 생산지는 대구, 연풍, 충주를 지나 강원도에서 생산되고 있다. 요즘 빨간 사과보다는 노란 사과가 많이 보이는 이유도 기후변화로 인한 품종 개량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 여름 고온현상과 잦은 기상이변으로 생육이 부진해 가격이 폭등했던 배추도 그렇다. 내가 나고 자란 고장은 고추가 유명한데 올해는 더위와 잦은 비로 고추가 짓물러 병충해가 생겨 고추농사가 잘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것만 보아도 기후위기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 있다.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어제는 반팔을 입었는데 갑자기 떨어진 영하의 날씨에 길가에 핀 꽃들이 서리를 맞아 까맣게 색이 변하고 녹아내린다. 사람은 옷을 입고 난방을 해 추위를 피할 수 있지만 개구리, 도롱뇽을 비롯해 다른 동물들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날씨다.
친구를 만나기 위한 필수조건인 눈이 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만나지 못하는 것일까? 이런 날씨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속에 꿀이 박힌 빨간 사과를, 배추로 담근 김치를 앞으로 먹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생물지표종인 `꼬리치레도롱뇽'을 계속 만날 수 있을까?
11월의 따뜻한 햇볕을 느끼며 뒤늦은 가을을 즐기다 기후위기를 생각하니 두려움마저 들었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