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한 번으로 족하다

2024-11-21     전영순 문학평론가

연말이 가까워져 오니 모임이나 행사가 많다. 경구처럼 한 해를 되돌아보면 다사다난하다. 사회 공동체란 굴레에서 크고 작은 집단, 단체 등 조직을 이루고 사는 우리는 어디엔가에 소속되어 다양한 면을 보며 산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도 봐야 하고 듣기 싫은 말도 들어야 하고,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 성향에 따라 접근하는 방법과 해법 또한 다양하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잘하는 사람은 목적의식이 뚜렷하고 뒤가 깔끔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이런 사람에게 의문점이 찍히는 것은 뭘까?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비단 정치인만 욕할 세상은 아니다. 한 나라의 국력과 경제, 정치, 안녕을 책임져야 할 지도자, 정치인이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나 글을 쓰는 작가나 동네에서 봉사 활동하는 사람이나 모두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우리는 정의가 살아있고 신뢰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현시대를 좋게 보면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누구 하나 믿을 수 없고 부정부패로 얼룩진 아포리아 상태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오늘은 한 사람을 칭찬하고 싶다.

지역에서 하찮은 글을 쓰며 학생들을 가르는 나는 아홉 곳의 문학단체와 한 곳에서 봉사 활동한다. 본의 아니게 본부와 관련한 문학단체는 지연, 혈연, 학연 관계로 선거 바람에 가입했다. 지역 작가 삼분 일 이상은 서울에 본부를 둔 단체(한국문인협회, 국제펜문학문학, 한국작가회의)에 가입한 것으로 안다. 한국 문단에서 가장 오래된 문학단체 한국문인협회를 예를 들면 청주문인협회 회원은 자동으로 충북문인협회 회원이며 한국문인협회에 가입할 수 있다. 지부, 지회, 협회 점층적으로 세 단체에서 활동한다. 그 외 서울에 본부를 두고 전국에서 활동하는 문학단체도 많다. 서울을 제외하더라도 우리 지역에서 자생한 단체만 해도 50여 개나 된다. 서울과 청주에서 활동하며 느낀 소회다.

나는 서울 다섯 개 단체와 청주 네 개 단체에서 활동한다. 청주에서만 9~10개 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문학단체는 모두 내 돈 내고 활동하는 봉사단체이다. 그런데 가끔 눈살 찌푸리는 일들이 일어난다. 물론 충실히 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단체장을 하기 위해 패거리를 조성하거나 정관을 바꿔 임기를 연장하거나 연임을 하는 등등 단체의 발전보다는 잿밥에 관심 두는 사람이 있어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오랜만에 문학단체에서 회장다운 사람을 만났다.

사실 청주에 살면서 충북펜문학이 있는지도 몰랐다. 어느 날 펜문학 회장이 회원이 부족하니 좀 도와 달라는 요청이 왔다. 이 단체는 회원뿐만 아니라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잠자던 단체다. 회원 확보가 가장 시급한 문제이니 당연한 일이다. 몇 번을 거절했다가 그의 진실이 느껴져 큰 도움은 안 되지만 회원으로만 활동하기로 하고 가입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단체 못지않게 생명력 있게 움직이는 모습이 느껴졌다.

알고 보니 사비를 들여서 충북펜문학 시,군 행사와 회원 한 사람 한 사람 애경사를 살뜰히 챙기고 있었다. 모두가 꺼리는 선배 문인들을 모시러 가고 모셔다 주는 일, 컴퓨터를 못 하는 사람들의 원고를 받아 작업하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고 실행했다. 왜 힘들지 않았겠는가. 임기가 끝나갈 무렵 모두 아쉬워하며 재임을 원했지만, 그는 미련 없이 다른 사람에게 물려줬다. 진실한 마음으로 일해 본 사람은 안다. 2~4년이 얼마나 힘든지. 시간과 돈과 사람 관계에서 겪는 고충을. 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오랜만에 리더다운 리더를 만나서 기분이 좋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