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처럼
“엘리제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우리에게는 만화영화로 더 유명한 캐나다 작가 몽고메리의 소설 빨강머리 앤에서 나왔던 대사다.
이상한 말이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매몰되어 세상을 힘들게만 보고 한탄할 텐데, 오히려 앤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을 느끼는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대한 화자의 대응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예상에 없는 일로 생각해 불안하게 느낄 수도 있는데, 앤은 생각지도 못한 일을 설렘으로 받아들이니 말이다.
이처럼 앤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얼른 보면, 힘든 상황을 합리화하려는 듯 보이지만 이것은 변명이 아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그녀만의 긍정적인 시각이다.
하루 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학생들은 무기력하고, 직장인들은 지쳐있으며, 노인들은 우울하다. 또한 공직사회는 너무나 경직되어있다. 업무협의차 다른 사무실에 방문하면, 침묵 속의 굳은 직원들의 표정에서 한기마저 느껴지니 말이다.
앤은 상황을 긍정적이면서도 재치 있게 풀어낸다. 힘든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즐길 수 있는 상황으로 바꾸기 위해 본인만의 주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앤은 장학금을 받고 그토록 원하던 레이먼드 대학에 합격했지만, 매튜 아저씨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대학에 갈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맞았을 때도, 그저 하루 이틀 슬퍼하고 다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슬픔에 매몰되어 있으면 바뀌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앤은 말한다. “넓고 곧게 뻗은 큰길은 저를 성공의 문턱으로 빠르고 안전하게 데려다준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돌아가는 작은 오솔길로 걷다 보면 큰길에서는 볼 수 없는 작은 새, 예쁜 꽃, 이름 모를 그 무언가를 만날 수 있어요.” 앤은 자기가 꿈꾸던 대학이라는 큰길 대신 에이번리의 교단이라는 작은 오솔길을 선택하면서도 더 행복한 미래가 있을 수 있고 그것이 얼마나 설레는 것인지 생각했다.
우리는 지금의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하루하루 지쳐가는 삶을 조소하고 방관하며 소중한 삶을 낭비하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의 앤처럼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희망과 재치로 앞으로 나가려고 본인을 위로하고 끌어안고 있는가?
고통은 적극적이고 행복은 소극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사람은 자연스레 고통을 더 많이 느낀다. 그러니, 당신! 삶의 고통을 마주하고, 긍정적이고 재치 있게 앞으로 나아가라! 우리의 빨강머리 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