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장님들

구용구사

2024-10-24     고윤정 청주이은학교 교사

22년 만에 돌아온 특수학교, 개교한 지 1년 된 특수학교로 복직 발령이 났다.

휴직을 두어 해하고 현장 복귀를 하는지라 설레기도 했지만, 담임을 한다는 게 그리 녹록지 않아 걱정도 들었다.

지난 아이들이 올해 6학년이다. 그 아이들을 졸업시키는 게 한동안 나의 꿈이었는데….

못다 한 뭔가를 붙잡듯이 6학년 담임을 할 생각이었다. 결국 다시 돌아온 특수학교의 6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2월 새 학년 준비기간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교육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했던 많은 것을 교육과정으로 차근차근 만들어갔다.

그렇게 시작한 새 학년 새 학기는 쏜살같이 지나가 버렸다. 어느새, 2학기의 중심 가을에 와 있다.

3월 첫 만남을 생각해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어설퍼~ 어설펐다. 새롭게 만난 6학년 3반 아이들과 나, 그리고 6학년의 모든 아이들, 반갑고 반가웠지만 다들 처음은 어색하지 않은가?

서로를 알아가고 인정하는 시간이 그만큼 필요했고, 그 시간이 하나씩 쌓였다.

3월 마지막 주 비 내리는 수요일, 처음으로 진로 여가 경험 활동을 나가는 날. 우산 쓰고 비옷 입고, 상당산성을 찾았다.

날궂이라 하겠지만, 우리 아이들과 함께 우산 쓰고 산성 길을 걷는 맛이 있지 않은가? 비 내리는 날의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3월부터 서둘러 시작했던 수학 화폐와 달력 단원. 다 이유가 있다. 바로 프리마켓 때문이다.

6학년 학생들이 물건을 직접 보고 물건값을 적고, 그 물건들을 팔아보는 경험을 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봄이 아름다울 4월의 오후 사회 시간, 6학년 교실 앞 널따란 복도에 프리마켓을 열었다.

학급별로 펼쳐진 가게마다, 6학년 학생들은 사장님이 되어, 물건 팔 준비를 하고 거슬러 줄 돈을 세어야 했다.

각 반 대표 사장님들이 흔드는 핸드벨 소리로 프리마켓의 개장을 알렸다.

어떤 장면이 펼쳐졌을까? 세상에나, 백화점 명품매장 오픈런 이야기는 들었어도, 6학년 교실 복도에서 벌어진 오픈런을 상상이나 했겠나? 다시 떠올려도 웃음이 난다.

프리마켓으로 밀려드는 교직원 손님들, 저마다 물건을 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냥 시장이었다.

6학년 교실 앞 복도는 북새통을 이뤘고, 물건값을 치르는 손님들과 각개전투 중인 6학년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 옆에 있는 담임선생님들, 실무사님들도 모두가 즐거운 모습이었다.

싱글벙글 웃으며 시장 놀이를 하는 듯, 처음으로 개장한 프리마켓은 아이들을 어쩌다 사장님으로 만들어 주었다.

알아야 면장도 해 먹지~ 알아야~ 이 부분이 중요하지 않은가? 뭐~ 하다 보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가능한 일들이 많지 않은가?

그러기 위해서는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계속 배워야 한다.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들을 모두 다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해서 삶을 행복하게 이끌어 나가야 한다. 우리 아이들도~

아이들은 즐겁고 선생님들은 신나는 행복한 동행으로 모두가 성장하는 그런 교육과정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6학년 아이들이 졸업할 날도 금세 다가올 것 같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너희와 깊이 있게 살고 싶구나. 그냥 행복하자. (행복하자 라고 노래하던 가수의 노랫말이 귓전을 맴돈다.)'

“얘들아, 가을에 패션쇼 다시 할래? S/W 패션쇼로?” 국어 교과서의 그 숲 속 재봉사처럼 너희들의 꿈을 함께 재단하고 싶구나. 저마다의 빛깔을 담아 오늘을 한땀 한땀 바느질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