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의대 증원

화요논객

2024-10-21     이재표 미디어 날 공동대표

사전에서 `돌팔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제대로 된 자격이나 실력이 없이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전문직에는 여러 직종이 있겠으나 돌팔이라는 단어와 잘 호응하는 직종은 의사다.

`돌팔이 의사'라는 말은 `우리말샘'에 단어로 등록됐을 정도로 관용적이다.

호칭에서 스승의 반열까지 인정한 `의사(醫師)'는 아픈 사람을 낫게 하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게 직분이라서 `돌팔이'를 경계하기 때문일 것이다.

1935년 포르투갈의 신경과 의사 모니스는 인간의 뇌에서 전두엽을 절제하는 수술을 시도했다.

정작 자신은 신경외과 의사가 아니었기에 다른 의사의 도움을 받았다. 전두엽을 절제한 것은 정신병의 원인이 전두엽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후 1년 동안 모니스는 약 20명의 우울증, 조현병, 조증, 공황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전두엽 절제술을 시도했다. 수술의 성과가 학회에 보고됐고, 1949년, 노벨 생리의학상까지 받았다.

이후 전두엽 절제술은 전 세계로 퍼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염, 간질, 심지어는 사망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적잖았고, 넋이 나간 듯 행동하거나 언어능력을 상실하는 환자가 속출했다.

`대증(對症)'만 고려한 대표적인 돌팔이 행위였다.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할 이유가 차고도 넘친다”라며 지난해 가을부터 의대 증원을 추진하더니 올 2월에는 현재 3058명인 정원을 2000명 더 늘리는 방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료계와 정면충돌했고, 현재 대한민국은 응급의료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휴학으로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은 제적될 수도 있고, 구제를 받더라도 내년도 증원되는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게 된다면 무려 7500명으로 늘어난 의대생에 대한 정상적인 교육은 불가능해 보인다.

심지어는 `현재 6년인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쯤 되면 `날림교육'으로 돌팔이를 양산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분명한 것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추진이 보건 행정 전문가답지 않은 돌팔이 행정이라는 점이다.

지역의 충북대병원만 놓고 보더라도 의대 증원이 약이 될 가능성보다 독이 될 가능성이 훨씬 커 보인다.

충북대병원은 전국의 39개 의대 중에서 증원 규모가 가장 크다. 현 49명에서 무려 151명이 늘어 200명이 되기 때문이다.

전북대나 전남대, 경북대, 충남대, 경상대도 200명으로 증원되지만, 이들 대학은 현원이 전북대 142명, 전남대 125명, 경북대와 충남대는 110명, 경상대는 76명이기 때문에, 증원 규모는 차이가 크다.

충북대와 현원이 같은 강원대는 132명으로, 현원이 40명인 제주대는 100명으로 늘어난다. 교수와 강의실, 병동 규모, 실험실 등을 고려할 때 증원 규모가 과하다는 건 충북대도 인정하고 있다.

고창섭 총장은 10월 18일 국정감사에서 “독립된 해부학 실습동 3개를 각각 473억 원을 들여 순차적으로 짓는다. 2029년까지 완공되면 증원된 인원 모두 실습하고도 모자라지 않는다. 2027년 3월에는 학군단 뒤 주차장 부지에 임시 실습동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야전병원을 방불케 하는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의정 갈등으로 의사들이 떠나거나 태업하면서 수술과 진료가 급감한 충북대병원이 버틸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충북대병원의 올 상반기 적자는 263억 원으로 전국 12개 국립대 병원 중에 다섯 번째로 많았다.

손익감소율은 1961%로 전남대, 전북대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돌팔이 행정이 의료를 잡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