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잇단 응급실 `뺑뺑이' … 커지는 의료불안
대전 복부 자상 환자 10곳 치료 거부 4시간 만에 이송 청주 임신부 6시간 만에 치료·논산 90대女 치료 포기 경증환자 비율 감소·문 연 의료기관 증가 … 대란 면해
추석 연휴동안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없었지만 응급실을 찾지 못한 임신부 등이 뺑뺑이를 돌아 의료 불안감은 여전했다.
지난 16일 대전서 흉기에 복부를 찔린 환자가 대전·충남권 병원 최소 10곳에서 치료를 거부당한 뒤 사고 발생 4시간10분 만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1분쯤 대전 동구 한 아파트에서 가족과 말다툼하던 60대 A씨가 자해했다. 이 사고로 A씨는 복부에 30㎝ 크기·1㎝ 깊이의 자상을 입었다.
경찰의 공조 요청을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대전지역 의료기관을 수소문했으나 환자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이어 충남 논산·천안지역 의료기관 10곳으로부터 `진료불가'라는 답변을 받은 뒤 천안의 한 병원으로 A씨를 이송할 수 있었다.
A씨는 사고 발생 약 4시간10분 만인 오후 5시41분쯤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청주에서는 25주차 된 임신부가 하혈로 119에 긴급 이송을 요청했지만 병원을 찾지 못해 6시간을 대기하다가 가까스로 병원을 찾은 사실이 밝혀졌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11시25분쯤 “임신부의 양수가 터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이에 소방당국은 충북과 서울, 인천 등 전국 대형병원 75곳에 이송을 요청했지만 산부인과 의사가 없거나 신생아 병실 부족 등의 이유로 이송이 거부됐다. 임신부는 119에 도움을 요청한 지 6시간이 지난 오후 5시32분쯤 청주 모태안 여성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같은 날 충남 논산에선 이틀전 부러진 갈비뼈 때문에 숨을 쉬기가 거북하던 90대 여성이 병원 5곳에서 거절당한 끝에 병원 치료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휴기간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없었다. 응급실 내원 환자 중 경증 환자의 비율이 감소했고 다른 명절 연휴에 비해 문을 연 의료기관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다른 명절 연휴와 비교해 문을 연 의료기관은 증가했고 응급실 내원 환자는 경증 환자 중심으로 감소했다”며 “응급실 의료진이 감소한 상황이었으나 의료진들이 현장에서 쉴 틈 없이 헌신해 준 결과 연휴 기간에도 응급의료체계가 일정 수준 유지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기간 문을 연 전국 의료기관 수는 연휴 첫날인 14일 2만9823곳, 15일 3247곳, 16일 3832곳, 추석 당일인 17일 2223곳이다. 하루 평균 9781곳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기간(5020곳)보다 95%, 올해 설 연휴기간(3666곳)보다 167% 늘었다.
또 이번 추석 명절기간 응급실을 찾은 환자수는 최근 명절 연휴보다 크게 감소했다. 연휴기간 응급실 내원 환자는 하루 평균 2만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3만9911명), 올해 설(3만6996명)보다 20% 이상 줄었다.
내원 환자수가 줄어든 것은 경증환자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내원 환자 중 경증환자는 이번 연휴동안 하루 평균 1만6157명으로 지난해 추석(2만6003명)보다 30% 이상이 감소했다.
/이용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