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 뛰는 근로자들
투잡 안하면 못 사는 시대.
우리나라 근로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본래 직장에서의 일 말고도 부업을 하고 있거나 부업을 할 의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자리 앱 `벼룩시장'이 지난달 29일 자사 앱을 이용한 근로자 1327명을 대상으로 소득 및 근로 형태와 가계 경제 상황을 묻는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2.1%가 현재 본업 외 부업을 하고 있거나(26.8%) 고려하고 있다(55.3%)고 답했다. 부업을 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17.9%에 그쳤다.
10명 중 8명 이상이 부업을 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쳤다.
부업을 하고 있다는 근로자들에게 부업 이유를 물어봤더니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5.1%가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서'라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는 △목돈 마련을 위해서가 19.1%, 부채를 갚기 위해서가 10.7%로 나타났다.
이밖에 △여유시간 활용을 위해서가 6.7%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5.1% △이직·창업 준비를 위해서는 2.2%로 나타났다.
△자기 계발을 위해 부업을 한다는 응답자는 단 1.1%에 불과했다.
부업을 하는 근로자의 84.7%가 생활고와 빚갚기, 목돈 마련 등의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비자발적'인 부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가계 체감 경기에 대한 설문에서는 전체 근로자의 81.5%가 지난해보다 올해 살림살이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나아졌다고 답한 사람은 2.9%에 불과했으며 15.6%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 이상이 실질 소득 감소를 체감하고 있었다.
부업 종류로는 블로그·유튜브 등 SNS를 운영하고 있다(20.2%)는 답변이 가장 많았으며 △이벤트·행사 스태프(17.4%) △음식점 서빙·주방보조(11.2%) △택배·배달(9.0%) △물류센터(8.4%) 순이었다.
부업으로 인한 월 평균 소득은 62만3000원으로 남성(71만2000원)이 여성(53만4000원)보다 17만8000원을 더 벌고 있었다.
부업 희망 월소득은 평균 112만5000원으로 현재 부업 소득이 희망 소득의 절반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담은 뉴스가 온라인상에 올려지자 누리꾼들의 푸념 섞인 댓글이 줄을 이었다.
투잡을 해서라도 생활고를 해결하려는 근로자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면서 물가 상승에 따른 경제난을 푸념하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투잡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직장의 열악한 근무 여건을 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수도권에서 자녀를 학원에 보내며 살림을 꾸리려면 월 소득이 부부 합산 최소 800만~1000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이나 급여가 낮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대부분 투잡 전선으로 내몰리게 된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대부분은 투잡을 해야하는 원인으로 물가 상승을 꼽았다. 살림살이가 나빠졌다고 응답한 사람의 79%가 그 이유를 물가 상승이라고 답했다.
1만원 짜리 지폐 한장으로 곰탕 한 그릇을 사 먹지 못하는 시대. 중산층이 무너지는 모습이 이번 조사 결과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