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살아갈까

마음 가은대로 붓 가는대로

2024-07-14     김일복 시인

바람이 세차게 불면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 머리를 돌려야 했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꽃들도 순화되어 소란스럽게 소리를 낸다.

바람처럼 흥얼거리며 노래하고 싶다는 거다.

태어나서 재미있고 행복하게 그것도 바람과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삶'이란 한 글자를 정성껏 써 놓고, 쓴 글자의 생김새나 크기를 살피자. 필체에 따라 `삶'이란 글자가 다 다르다.

그렇듯 살아온 삶이 비슷비슷하겠지만 살아가는 이유가 다 다르지 않던가? 바람에 흔적이 필체에 담겼다면, 삶의 결은 바람으로 퇴적되는 걸까?

우리 인생도 바람 부는 대로 살아가는 것 같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이나 빈 바람도 머리에 앉으면 견딜 수 없는 무게를 느낀다.

그래서 세상은 시원한 바람결을 좋아한다.

바람결은 마음결이다. 마음결이 다 같지 않으니, 사람마다 견디는 바람의 무게 또한 다르겠다.

바람이 부는 날 바람이 남기고 간 상처를 바람결로 듣는다. 바람 따라 살겠다고 바람이 일면 나도 일어났다. 그렇게 반복하면서 앉았다가 일어서면 세상의 이치를 조금은 아는 듯 닿는 바람도 시원했다. 바람은 늘 사람 곁에서 설렌다.



바람 부는 날



백일홍과 접시꽃 씨앗을 뿌렸다.

얇게 흙을 덮어주고 물을 뿌려놓았다.

십자군 대열을 이루며 별들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서로 부딪치고 일으켜 세우느라

무던히도 애를 쓴다

이렇게 꽃 한 송이가 핀다.



시 「바람 부는 날」 전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각자의 의미나 가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진실은 진실로 통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사랑이라면 말이다.

다시 말하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삶의 질 또한 특별할 것이다.

용케 싹이 터지는 것 또한 사랑의 힘이겠다.

뭐 더 필요한 게 있겠는가? 그저 애쓰는 마음을 더 하는 일이다.

또 하나는 조화와 균형이다.

우리 삶에 아침과 점심의 조화 그리고 저녁 시간의 합에 대한 균형이다.

누구의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어울리지 않는 것, 넘치지 않는 것,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과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 균형을 갖는 깨달음에 예다.

바람 불고 비 온 다음 날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나 맑고 깨끗하다.

바람마저 상큼하고 세련된 마음이 드는 이유는 오늘처럼 사는 내일이 희망이기 때문이다.

오늘 같은 내일은 없다 그래서 오늘 더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자신의 존재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바람처럼 아름다운 것이다.

아마도 새로운 세계는 한 송이 꽃이 피기 위해 바람과 혹은 무엇에게 흥미를 갖는 게 아닌가 싶다. 바람의 무게가 말해주듯이 바람 앞에서 맘껏 뽐내고 자랑도 하고 사랑도 하자. 사랑하기에 바람의 무게를 느끼고 견디는 것이다.

바람을 이고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남은 인생만큼은 착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꽃을 보면 마음이 밝아져 상처가 치유된다. 그래서 저마다 마음의 꽃을 피운다.

하지만 꽃으로 삶은 평탄지는 않다. 어느 순간에도 바람 앞에서 흔들리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