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식당
교육현장
매년 6월마다 학교 평가 업무로 바쁜 일정을 보낸다. 올해도 그랬다.
초, 중, 고등학교에 직접 방문하는 것은 학교의 속까지, 교육의 이면까지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매일 다른 학교를 방문한다는 부담은 피로로 쌓이지만 말이다.
방문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결손가정, 기초생활수급자 등 학생의 어려운 형편을 보듬고, 마음이 힘든 학생들을 안아주며, 모두가 함께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고자 애쓰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영화관도 데려가고, 야구장에 가서 치킨도 맛보고, 진로 체험도 하고, 5월의 한 주는 놀이 주간으로 정해 놀면서 공부하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보기도 하는 등 학교는 학생들의 행복을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그러면서 생각한 한 가지, 아직도 어려운 아이들이 많구나. 비만이 사회 문제라는 이때에도 배고픈 아이들이 있구나….
이웃 나라 일본도 이런 어려움에서는 매 한 가지 인가보다. 얼마 전 찾아본 교육소식에서 일본의 `어린이 식당' 이야기를 읽었다.
일본의 한 지원단체에서 오키나와 현과 사카이 시에 있는 어린이 식당을 이용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2023년 여름과 겨울 각각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어린이 식당을 1년 이상 이용한 어린이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 말없이 다니던 학교에서 같은 학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의 비율이 늘었고, 어린이 식당을 안심할 수 있는 장소로 느끼며, 어린이 식당에는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응답했다.
어린이 식당이 도대체 뭐기에 저런 결과가 나왔을까? `어린이 식당'은 어린이들과 그 보호자 및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 또는 저렴한 값으로 영양가 있는 음식과 쉼터를 제공하는 일본의 사회적 활동이다.
2016년 이후에 증가하기 시작하여 2023년 기준 전국에 9,132곳이 운영 중이며, 연간 1000만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이 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어린이 식당을 처음 시작한 `단단 어린이 식당'의 곤도씨는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분인데, 정신 질환을 앓는 어머니와 사는 한 어린이가 바나나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보호자가 없이 아이 혼자 가더라도 안전하게 놀고 숙제도 하는 곳 그리고 그곳에서 누리는 따뜻한 집 밥을 주고 싶었던 곤도씨는 채소 가게에서 팔고 남은 채소들로 식사를 준비했고, 어린이들에게 우리 돈 500원이나 1000원에 한끼 식사를 제공해왔다.
어린이 식당에서는 어린이에겐 빈부를 막론하고 저렴하다. 누가 가난해서, 엄마가 없어서 어린이 식당에 오는 건지 구별도 없고, 달리 찾아낼 수도 없다. 그저 한 끼 밥을 나누며 동네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 나누는 지역사회 거점, 사랑방인 셈이다.
살림이 넉넉한 집이라도 오늘 저녁 차리기 귀찮은데 싶으면 아이 손을 잡고 이 식당으로 모인단다. 어린이 식당에는 식사 시간 전부터 사람이 북적이고 이야기가 떠들썩하다.
이 식당에는 누구든지 올 수 있지만 어른의 밥값은 아이보다 훨씬 비싸다.
선생님들도 학생도 예전 같지 않다고 이야기들은 하지만, 올해 방문한 학교에서 확인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선생님과 학생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세상을 배워가는 곳이 학교구나 하는 점이었다.
지금 학교는 일본의 어린이 식당처럼 사랑방이면서 따뜻한 한 끼를 나누는 곳으로 여전히 마을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힘내라,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