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의 그는 어디로 갔나
충청논단
2020년 1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대대적인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물론 청와대의 추인을 받은 인사였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측근들이 대거 교체됐다. 윤 총장의 좌청룡 우백호로 통했던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등 대검 핵심 간부 8명이 지방과 한직으로 밀렸고, 중앙지검 검사장을 비롯해 1~4차장이 모두 짐을 싸야 했다.
형식은 승진이었다. `좌천성 승진'이란 신조어가 이 때 탄생했다.
청와대 하명 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사건 등 정권이 꺼리던 수사를 담당했던 간부들이 대부분이었다.
검찰총장과 협의하라는 검찰청법 인사 규정은 장관의 일방 통보로 대체됐다. 언론은 `윤석열 총장의 사지가 잘려나갔다”고 썼고, 본인도 “식물 총장이 됐다”고 탄식했다.
그해 8월 후속 인사에서 중간 간부들도 물갈이 됐다. 하명수사 사건을 수사하던 대검 공공수사2부장, 조국 전 장관과 유재수 전 부시장을 기소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지검 1~4차장도 `추의 남자 '로 불리던 이성윤 신임 중앙지검장 측근이나 친정부 성향들로 교체됐다. 윤 총장은 허수아비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4일 단행된 검찰 고위급 인사에 4년 전 검찰 인사의 재판이란 비판이 쏟아진다.
이 복사판에는 당시 검찰총장이 대통령으로 변신해 등장한다. 정권의 아킬레스인 김건희 여사 수사를 추진하던 서울중앙지검 지검장과 1~4차장 등 지휘라인이 모두 교체됐다.
새 지검장은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 발탁됐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 여사 디올 백 수수사건을 신속·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중앙지검에 지시한 지 11일만에 터진 기습 인사, 협의 대상인 검찰총장의 반대에도 불구 집행된 강행 인사여서 `김 여사 방탄 인사'라는 비판을 면치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수호천사를 자처해온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번에는 방패 역할에 한계를 드러냈다.
그는 페이스북에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하는 사람이 5000만 국민을 지킬수 있겠느냐”며 “상남자의 도리다. 비난을 듣더라도 사내 답게 처신 해야 한다”고 이번 인사를 두둔했다.
그 조차도 `아내를 지키기 위한 인사'였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다시 2020년으로 돌아간다.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윤 총장은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는 논쟁적인 말을 남긴다.
추 장관이 라임로비 의혹과 검찰총장 가족 관련 사건 등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부당하다며 한 주장이다.
추 장관은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과 남부지검 등에 “대검의 지휘를 받지 말고 독립적으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두차례 인사에서 날개가 잘려진 윤 총장에게 지휘권 박탈이란 치명타를 날린 것이다.
당시 윤 총장의 국감장에서의 발언은 이렇게 이어진다. “전국 검찰을 총괄하는 총장이 기본적으로 정치인인 정무직 공무원의 부하가 되면 모든 수사와 소추는 정치인의 지휘에 떨어진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나 사법적 독립과는 멀어진다”.
검찰청법은 법무장관의 검찰 지휘권을 인정하면서도 개별 사건에 일일이 개입하는 것은 막고 있다.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지휘하도록 하고 있다. 권력의 부당한 검찰권 개입을 막기 위한 조문이다.
당시 장관의 이례적인 지휘권 발동이 논란을 빚고,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는 직제를 부정한 주장이 공감을 얻었던 이유이다.
대통령이 4년전 검찰총장 시절 한 말들을 기억하는 국민들은 그에게 묻고있다.
검찰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수사·소추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그 때의 당신은 어디로 갔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