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교육현장

2024-03-20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떠다니는 배 위에 만든 작은 방 한 칸, 어린 윌리는 그 배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어머니는 생일처럼 특별한 날에 초콜릿을 윌리에게 선물했다. 초콜릿 포장지에 윌리의 성인 웡카를 금색 펜으로 써서 말이다. 윌리에게는 초콜릿은 사랑이고 꿈이고 온 세상이었다. 최고의 초콜릿을 만들고 그 가장 맛있는 초콜릿을 많은 사람에게 나누며 행복을 전하려는 꿈, 그는 그렇게 마술사이면서 발명가이자 초콜릿 제조자로 자라나 여행을 떠났다. 달콤한 초콜릿이 가득한 그 곳`달콤 백화점'이 있는 도시로 말이다.

1959년 프랑스 남부의 어느 작은 마을, 비앙이라는 미혼모 여인이 딸 아눅과 함께 나타나 초콜릿 가게를 연다. 마을의 시장은 매우 경건한 사람이어서 사순절 기간에는 마른 빵만 먹으며 지낼 것을 강요했다. 시장은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어서 억압에 집을 나간 아내를 일로 베니스에 가있다고 둘러대는가 하면 젊은 신부의 설교문도 자기 입맛에 맞게 교정해 자신의 연설문으로 만들곤 했다. 그는 사순절 시기에는 초콜릿를 팔지 말라고 비앙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비앙 모녀는 호기심에 초콜릿 가게를 찾은 마을 사람에게 취향에 맞는 초콜릿을 선물하고 비앙이 만든 초콜릿을 맛본 사람들은 기분 좋은 흥분과 열정을 되찾게 된다. 시장도 몰래 비앙의 가게에 들어가 초콜릿을 먹고 손과 얼굴에 초콜릿 범벅이 된 채 잠들어버렸다나….

작년 크리스마스 때 여행 중인 도시에 영화 `웡카'가 개봉했다는 소식을 듣고 극장으로 달려갔다.`찰리의 초콜릿 공장'의 이전 이야기에 해당하는`웡카'는 윌리 웡카가 어떻게 초콜릿 공장을 가지게 됐는지 윌리의 어릴적 그리고 청년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달콤한 초콜릿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지도 이야기한다. 오래전 프랑스 영화 `초콜릿'은 미혼모 비앙의 모녀와 마을 사람이 초콜릿을 통해 화해하고 서로의 삶을 회복해가는 이야기다. 염세주의자인 집주인의 마음을 열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한 여인이 친구가 되는 열쇠는 달콤한 초콜릿 속에 있었다.

초콜릿은 음식의 역사에서 보면 젊은 축에 든다. 적도 부근 남미 대륙에서 자생하는 카카오나무는 기원전부터 존재했지만 현재의 초콜릿이 탄생하기까지는 3000여년이 걸렸다. 실제로 커피 산지에 따라 커피 맛이 다르듯 카카오나무의 산지에 따라 초콜릿 맛도 다르다. 초콜릿과 커피는 여러 면에서 닮았다. 각각 커피 체리와 카카오 포드라 불리는 열매에서 씨앗만 가려내 가공하는 과정을 거치며 첫 맛 역시 둘 다 쌉쌀하다.

하지만 커피만큼 초콜릿 맛을 구별하기는 어려운데 우리가 먹는 초콜릿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말린 카카오 열매를 볶은 뒤 갈고 거기에 설탕과 바닐라 같은 향신료를 첨가해 혼합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중간 재료를 이용해 만들어 그렇다고 한다. 어릴 적 처음 맛본 초콜릿을 떠올려보면 왜 초콜릿이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어렴풋 떠올리게 된다. 쌉쌀한 듯하지만 그 뒤에 밀려드는 달콤함 말이다. 특히 카카오 함량이 높을수록 쌉쌀한 맛이 강한데 카카오 함량에 따라 각성 효과도 커지니 쓴 맛을 감수하고 카카오 함량을 높일지 달콤하고 부드럽게 즐기지 취향에 따라 선택은 자유다.

3월, 싱그러운 꿈이 벚꽃 봉우리 맺히듯 수줍은 달, 24학번 새내기, 새로 임용된 교수와 직원, 새롭게 학기를 시작하는 모두에게 3월은 벅차고 행복한 달이다. 이런 시기에 근무하는 대학은 카카오 함량이 매우 높은 쌉쌀한 초콜릿 한 덩어리를 입에 문 듯 참 아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고민하던 시간을 끝내고 서로 이해하고 조율함으로 문제는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우리의 문제에 더 깊이 알게 됐고 서로의 차이를 겸허히 수용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하면 이 시간을 복기하며 함께 현명한 대안을 만들어갈 힘도 얻었다.

쌉쌀했던 3월, 곧 꽃이 피고 따뜻한 바람이 불면 달콤함도 함께 밀려들 것이다.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