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明堂)은 남아있는가

시간의 문앞에서

2024-03-13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백범준

 

하늘이 감추고 땅이 숨겨둔 명당(明堂) 찾아 나서는 이들을 지관(地官)이라 부른다. 지사(地師)는 그들을 높여 부르는 말로 그들이 듣고 싶은 호칭이기도 하다.

철없던 시절 패철(佩鐵)과 수맥봉 챙겨 가깝게 지내던 지사(地師)어르신들 묏자리 텃자리 찾아나서는 길 뒤따르며 등 너머 귀 너머로 좌(座)에 향(向)에 안산이니 조산이니 백호니 청룡이니 혈(穴)이니 수맥이니 보고 들은 풍월은 있으니 어찌어찌 반풍수는 된다. 집안 망친다고 하는 것이 반풍수라고 하니 겁은 많아서 남의 집안 묏자리나 터 봐주거나 훈수 둔일 한번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묏자리 탈나면 자리 봐준 지관이 제일 먼저 살(殺) 맞는다고 겁주시던 선생들의 말씀이 귀에 내려앉아 못 박히던 시절이었다. 당신들이 자리 잘 봐줘서 한 집안 겹경사 난 이야기에 다른 이가 자리 잘 못 써줘서 살(殺) 맞고 한 집안 줄초상 치룬 이야기가 뒤풀이 술자리 안주이던 시절이었다. 하루 온종일 따라다니며 어르신들 시중에 길동무에 짐꾼노릇에 대한 품삯 대신 내내 궁금했던 답이나 듣고 싶었다.

여쭈었다. “선생님 누구나 풍수(風水)를 배우면 명당을 찾을 수 있습니까?”

답하신다. “바람길 물길 산길 좀 배웠다고 아무 놈 눈에나 보이는 터면 그게 어찌 명당이겠냐”

술잔을 비우시며 덧붙이신다. “쌓은 덕이 있어야지. 망자(亡者)가 살아생전 쌓은 덕(德) 만큼 드러나는 것이 명당이고 자손들의 지극한 효심과 올리는 치성만큼만 드러내는 게 명당이다. 먹 좀 갈아봤다는 지관들은 천장지비 유덕지인 봉길지 (天藏地秘 有德之人 逢吉地)라고 읊는데 하늘이 감추고 땅이 숨겨둔 명당은 덕이 있는 사람만이 만날 수 있다. 이런 뜻이다. 외워둬. 언젠가 써먹을 날이 있을겨.”

빈 술잔 채워드리며 다시 여쭙는다. “그런데 산이라는 산에는 묘 안 들어선 곳이 없는데 아직도 명당이 남아있기는 할까요?”

“암 있고말고. 그런데 그것도 글밥 좀 먹고 발 부지런하고 눈 밝은 지관을 만나야만 찾을 수 있지. 딱 나 같은 놈으로.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나 같은 놈 지관으로 만나는 것도 덕이라면 덕이고 또 복이라면 복이지.” 말 끝내시고 세상 밝은 얼굴로 잔에 담긴 술 단숨에 털어 넣으셨다.

지관(地官)들이 명당을 찾는데 사용하는 이론은 풍수지리(風水地理)다. 풍수(風水)는 바람을 막고 물을 얻는다는 뜻의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줄임말이다. 바람과 물과 땅과 산과 같은 자연의 기(氣)와 그것들의 흐름과 형세를 인간의 길흉화복에 관련시킨 사상이자 자연관이다. 쉽게 말해 자연을 해석하여 공간을 활용하는 이론이다. 여기서 또 음택풍수(陰宅風水)와 양택풍수(陽宅風水)으로 나뉘는데 산소(山所)는 음택으로 주소(住所)는 양택을 적용한다. 방법과 해석과 이치에 따라 이기, 형기, 물형, 현공, 통맥 등 학파도 다양하다. 학파에 따라 찾는 방법은 다를지 모르나 그들이 찾고자하는 명당이자 길지(吉地)는 생기(生氣)의 흐름이 좋은 곳이다. 터의 기(氣)를 중요시 했던 이유는 땅에 묻힌 조상과 자손은 서로 기(氣)가 통한다고 봤다. 이것을 동기감응(同氣感應)이라 한다. 지관들이 말하는 조상님 묏자리와 자손들 발복(發福)의 상관관계는 여기서 비롯됐다. 조상님의 묏자리를 길지(吉地)에 모시면 좋은 기인 생기(生氣)가 흉지(凶地)에 모시면 나쁜 기인 흉기(凶氣)가 전해진다고 보는 것이고 그것이 살아있는 자손에게 고스란히 통하여 길흉화복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조상으로부터 자손에게 통하는 모든 기(氣)의 기지국이자 매개체는 망자(亡者)의 뼈다.

그래서 여쭈었다. “선생님 그렇다면 화장(火葬)하면 어찌됩니까?”

멸치 대가리와 똥 따시며 답하셨다. “무해무득(無害無得)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