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는 `산소에서' 세뱃돈은 `모바일로'
남는 생필품 선물세트 중고거래사이트 판매 일상 공공문화기관 설 연휴에도 개관 문화아트족 증가 “긴 연휴 의미있게 보내자” 가족 해외여행도 선호
올해 설 연휴는 대체휴일을 포함해 4일이다. 설날은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명절로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들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하지만 대가족문화가 핵가족문화로 전환되면서 북적이던 설 풍경은 옛말이 됐다. 더구나 코로나19로 비대면사회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명절 풍습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달라진 설 풍속도를 들여다봤다.
매년 설날이 다가오면 차례상 준비와 손님맞이로 분주했던 큰며느리 김영선씨(청주시)는 코로나19 이후 가족 행사가 간소화됐다. 집에서 지낸 설 차례도 성묘 겸 산소에서 만나 가볍게 지낸다. 절차가 줄고 할 일도 줄어들면서 손님을 맞이하는 마음도 가볍다.
김씨는 “각지에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산소에서 만나 차례를 지내고 가까운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헤어진다. 예전에 어떻게 그 많은 명절 음식을 차리고 준비했는지 모르겠다”며 “다시 예전처럼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명절에 할 일이 줄면서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이 부담없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서 더 화목해졌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설날 세배 문화도 바뀌었다. 차례를 지낸 후 온 가족이 거실에 둘러앉아 새해 덕담을 나누며 절을 하던 풍속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세뱃돈도 현금 외에 계좌이체, 모바일 상품권 등으로 다양하게 변화했다. 차례상 간소화에 따른 외식문화 확산은 이따금씩 식당에서 세배하는 어린 아이들을 목격하는 생경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명절 때마다 각 집에 넘쳐나던 생필품 선물세트도 귀해지고 있다. 선물종류도 건강식품, 과일, 건강검진권 등으로 고급화했다. 남는 생필품 선물세트를 중고거래사이트에서 거래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됐다. 7일 중고거래사이트 당근마켓에는 남는 명절선물을 거래한다는 게시물이 청주에서만 수백건에 달했다.
이처럼 명절 행사가 간소화되면서 긴 연휴를 즐기는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공공문화기관들이 명절 연휴에도 개관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열리는 `피카소 도예전'은 보고 싶은 전시로 꼽히고 있다. 인기 작가의 작품도 감상하고 지역을 찾아 이색문화를 탐방하려는 문화아트족들의 국내여행도 명절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명절 해외여행도 부잣집만의 전유물이 아닌 일반적인 문화로 자리잡았다. 명절 부담이 없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해외여행이 성행했던 것과 달리 코로나19 이후 모든 세대가 해외여행을 선호하고 있다.
전통문화를 고집하던 직장인 이선호씨(56·청주시)도 올 설은 베트남으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이씨는 “코로나19 이후로 명절도 가족들이 모여 지내기보다 각자의 일정에 따라 산소를 찾고 가볍게 연휴를 지내는 분위기가 정착됐다”면서 “예전 같았으면 명절 준비에 정신이 없었을 텐데 처음으로 여유로운 마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해외에서 설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설 연휴기간에 청주공항은 해외로 떠나는 가족들로 붐빌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 김정수 과장은 “올 설은 지난해 연휴보다 하루 짧은데도 청주공항 예상 이용객 수는 6만5000여명으로 2만8000여명이 늘었다”면서 “설 연휴기간 비행기 운항 편수도 작년 210대에서 올해는 396편으로 늘어나 청주공항 이용자들의 여행 편의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연지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