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단상

충청논단

2024-02-05     연지민 기자
연지민

 

지난 4일이 입춘이었다.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절기로 1년 24절기 중 처음으로 맞이하는 절기이기도 하다.

새해가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났지만 한 해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춘과 설은 또 하나의 시작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음력 문화를 공유하는 동양의 문화가 새로운 각오로 새롭게 시작하는 기회를 한 번 더 갖게 된다는 것도 위안이 될 때가 있다.

입춘이면 우리 선조는 입춘 맞이를 했다.

대문이나 대들보, 집안 기둥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란 입춘방을 붙여 봄이 옴을 반겼다.

“입춘이 드니 크게 기쁜 일이 생기고 새해가 시작되니 좋은 일이 많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적어 새로운 날에 희망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겨울의 차가움 속에 봄의 훈풍이 뒤섞여 불어오는 바람은 그래서 겨울도 봄도 아닌 어중간한 결을 드러낸다.

기계화되고 문명화된 현대사회에서 입춘과 같은 절기는 큰 의미가 없다. 일상이 계절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뉴스로 보도되지 않으면 입춘이 언제인지,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넘어간다. 그러다 보니 현대인들에게 입춘 맞이 행사도 생소하다. 전통문화예절을 가르치고 보존하는 문화기관에서만 연례행사로 보여줄 뿐이다.

문화가 생소하다 보니 옛 풍습을 소소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계절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농경사회의 풍습이 24절기에 고스란히 녹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입춘은 어느 때보다 포근했다. 초봄에 버금가는 온화한 영상 날씨로 주말 나들이객들의 활기찬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기상청 관측이래 50여 년 만에 가장 따뜻한 입춘이었다고 하니 기후 변화에 따라 계절이나 날씨도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입춘 맞이 소망과 달리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우울하다. 여전히 포화가 멈추지 않았음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인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서 소중한 생명이 매일 목숨을 잃거나 위협받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는 전쟁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친이란 무장세력이 요르단 미군 주둔지를 공격하면서 미군 병사 3명이 사망하는 사건으로 중동은 화약고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이란 정부의 부인에도 미국 정부는 이란이 후원하는 극단주의 민병대의 소행이라고 추정하면서 즉각적인 보복에 나선 것이다.

미군이 연이틀 잇따라 이란 세력에 공습을 가하면서 중동 전역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동은 또 다른 국가 간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며 갈등이 확산하는 추세다.

세계 곳곳이 화염에 싸이고 전쟁의 공포가 지구촌 안방에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일상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특히 핵보유 국가인 이란과 미국이 전면전을 불사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핵전쟁 가능성도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유럽과 유엔 등에서 국제 평화에 대한 위협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긴급 안보리 회의 개최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핵전쟁으로 번질 위험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로 터져 나오는 전쟁의 위기는 인류의 미래마저 벼랑으로 내모는 상황이다.

개인의 힘으로 전쟁을 막을 수야 없겠지만, 모두의 간절함이 기적을 만들 수도 있다. 봄이 봄으로 오려면 극과 극의 대척점이 아니라 함께 공존하고 상생해야 할 우리임을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