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 역주행 멈춰야
넷제로(NET ZERO)칼럼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순위가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기후 악당' 이미지가 고착화 돼가는 모양이다.
지난 2022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한국은 국가적 기후 목표와 이행 수준에서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3개국보다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질적으로 최하위권인 셈이다.
2023년 또한 마찬가지다. 64개국 중 61위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아랍에미리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로 세 나라다.
모두 화석연료와 이해관계가 깊은 산유국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사실상 꼴찌나 다름없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서 국제 기후변화 정책 전문기관인 `저먼워치'와 `뉴클라이밋 연구소' 클라이밋 액션 네트워크(CAN)는 온실가스 배출 90%를 차지하는 60개국과 유럽연합을 대상으로 기후정책과 이행 수준을 매년 평가한 기후변화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CCPI)를 발표한다.
CCPI는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에너지 소비, 기후정책 등 4가지 부문에 국가별 종합 점수가 매겨지는데 모든 부분에서 한국이 매우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기후변화대응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여가고 있는 중에 지난해 기후행동네트워크로부터 불명예스럽게도 기후대응 진전을 방해하는 국가에 부여되는 `오늘의 화석상'을 받았다.
`기후 악당'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으로 불린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후 탄소중립선언으로 연결됐다는 정통한 소식도 있는 걸 보면 기후악당 이미지가 분명 부정적임에 틀림없는 듯 하다.
기후악당 이미지에 덧 씌워진 화석상 수상의 주원인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의 핵심인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당초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전체의 30%로 명시됐는데 지난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는 21.5%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여기에다 윤정부는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무탄소(CF) 연합' 출범을 제안한데 이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CF100(무탄소 에너지 100% 사용)캠페인에 나섰다.
당시 정부관계자는 “제조업이 매우 발달해 전력을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RE100을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호소하기도 했으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앞장서고 있는 국제사회로부터 냉랭한 반응만 받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재생에너지 비중 10%를 밑도는 한국이 국제사회 압박을 피하기 위해 낯선 캠페인을 주창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토지가 좁다고 항변하지만, 해상 풍력발전 잠재력은 선두주자인 영국보다 뛰어나다”면서 “한국도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있다”고 국제환경단체 대표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정권에 따라 재생에너지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는데다 기후 목표를 정치적으로 다루고 있는 한국의 정치환경에 국제사회는 예의주시하면서 우려하고 있다.
전 미국 기후변화 특사는 “경제 선진국이자 주요 탄소 배출국으로 한국은 반드시 최고 수준의 기후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지금의 한국은 기후문제에 관한 한 국제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만큼 신뢰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역주행에서 멈춰 돌아오는 게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