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7기사의 세월호 선장 호출

충청타임즈의 눈 오송 지하차도서 마지막 순간까지 승객 탈출 도와 학생 버리고 속옷 차림 구조 … 세월호 선장과 대조 관계기관도 변명·침묵 일관 … 흔한 사과조차 없어

2023-07-19     석재동 기자
첨부용.

 

며칠째 먹구름에 덮혀 있던 하늘이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이 시리도록 청명한 하늘빛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청주 하늘아래엔 슬픔이 물결친다.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흙탕물속에서 숨져간 14명을 애도하는 부모와 처자식은 통곡하고, 국민들은 눈물흘린다.

19일 오전 6시30분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희생된 747 버스기사 이모씨(58)의 발인이 엄수됐다.

오송 지하차도에서 사망한 14명 중 9명이 이씨가 운행하던 747번 급행 시내버스에서 나왔다. 승객 5명이 버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이씨를 포함한 4명의 시신이 버스밖에서 인양됐다.

버스 운전기사 이씨가 주목받는 이유는 일부 승객을 탈출시킨 뒤 남아 있는 승객을 구하려 버스로 돌아왔다가 변을 당한 정황이 점차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기 위해 오송역행 버스를 탔다가 숨진 20대 여성은 당시 친구에게 전화로 “버스에 물이 찬다. 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깨고 나가라고 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버스에 물이 찬 순간 이씨가 창문을 깨고 승객들을 먼저 탈출 시키려 애썼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씨의 동료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차 안에 있는 망치로 유리창을 깼다고 그러더라. 거기 있는 사람들은 탈출 할 수 있으니 빨리 나가라고”, “창문을 깨고 노약자를 탈출 시켜야 된다고” 라고 이씨의 마지막을 증언했다.

이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뜻하지 않게 소환된 인물이 있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 버스 운전기사 이씨가 죽는 그 순간까지 직업소명을 다했다면 그에 정반대되는 인물이 이준석이다.

이준석을 비롯한 18명의 선원은 지난 2014년 4월16일 전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 304명(전체 탑승자 476명)이 사망·실종되는 상황을 뒤로 하고 자기들만 살겠다고 해경 함정을 타고 탈출했다.

침몰하는 세월호 선실에서 끝까지 질서를 지킨 어린 학생들을 버려두고 속옷 차림으로 구조된 이준석 선장은 제복과 함께 직업 윤리와 소명의식도 벗어던졌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서 추락해버린 직업 소명의식의 가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직업윤리의식은 직업에 대한 자긍심과 소명의식이 수반될 때 극대화된다. 또 노동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보상이 따르지 않더라도 자신이 해야할 일로 인식되는 것에 헌신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이고, 인간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투철한 신념과 의지가 작용한다.

그런데 오송 참사 책임소재를 두고 미호강 범람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지목받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궁평2지하차도 관리권을 가지고 있는 충북도, 금강홍수통제소의 세 차례 범람위험경고를 귓등으로 흘려들은 청주시, 3자 간 넷탓공방이라할만한 변명과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무한책임'을 소명으로 부여받은 공무원들의 처신이라곤 믿기지 않는다. `유감을 표명한다'는 정도의 그 흔한 사과도 없다.

사정당국의 수사에 따라 책임소재가 밝혀지겠지만 현재까지 국민들에 비친 공무원들의 모습은 적어도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 직업소명을 다했던 버스 운전기사 이씨의 행동과는 정반대다. 국민들은 공무원들에게 묻는다. 7월15일 새벽부터 사고발생 시각인 오전 8시40분까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투철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근무했냐고.



/석재동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