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에 그칠 일 아니다
충청논단
지난해 5월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는 느닷없이 등장한 `이모'가 여야의 승패(?)를 갈랐다. 한 후보자 자녀의 스펙쌓기를 비판하던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한 후보자의 딸이 이모와 함께 논문을 썼다”고 주장했다. 관련자료에 등장한 `이모(某) 교수'를 엄마와 자매관계인 `이모'로 오인해 한 실언이었다. 당시 만주당이 헛발질을 일삼아 한 장관을 낙마시키기는커녕 띄워주기 바빴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김 의원의 `이모' 발언이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최근 코인 논란에 휩싸인 김 의원은 당시 청문회장에서도 코인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것도 수십차례나. 그래서 코인 거래에 정신을 팔다가 자료를 제대로 확인도 못하고 실수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뒤늦게 받고있다. 그는 이태원 참사 원인규명을 위해 열린 상임위에서도 코인을 거래했다는 의심을 사고있다. 해명이 어정쩡해 의심은 더 커졌다. 그는 “우리도 확인이 안 돼서 거래 내역을 보고 있다”, “화장실 가는 동안 투자를 했을 수도 있고, 미리 예약해 놓은 거래일수도 있지 않느냐”는 따위의 3자 화법으로 질문을 얼버무렸을 뿐 “하지않았다”는 말은 여태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은 개·폐장 시간 없이 24시간 열리고 상한가나 하한가도 없다. 하루아침에 일확천금을 잡거나 투자금을 날릴 수도 있어 투자자들이 시시각각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김 의원처럼 전재산에 가까운 10억원의 거금을 쏟아부었다면 다른 일이 손에 잡힐리 없다. 청문회장에서 코인에 넋을 빼앗겼다가 가상인물을 만들어낸 실수를 이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상장 직전의 코인을 집중 매입했다가 되팔아 수억원을 번 대목들은 코인 전문가들도 이해하지 못한다. 확신할 만한 사전 정보 없이 거금을 특정 코인에 한꺼번에 넣기는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연이은 거짓 해명도 의구심을 높인다. 코인을 한푼도 현금화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원금은 회수해 전세금으로 썼다고 말을 바꿨다. 주식 판 돈을 모두 (신고 재산에 포함되지 않는) 가상자산에 투자했다고 해놓고, 당시 9억여원이나 늘어난 재산에 대해서는 주식을 매도해 번돈이라고 설명했다. 업체들이 마케팅 목적으로 무상 배포한 코인을 수수한 사실은 다른 곳도 아닌 민주당 자체 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리고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김 의원은 코인 투자 의혹이 제기되자 정치공작으로 몰며 “한동훈 검찰의 작품”이라고 반발했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지만 `한 장관의 작품'을 빛내는 소재와 도구 역할을 한 자신의 과오부터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가 어제 탈당을 선언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더이상 당과 당원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당당하게 공언했다. 탈당을 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정치적 음모에 희생당한 무고한 정치인의 탈을 썼다. 자신의 가상자산 의혹이 불거진 후 당의 20·30대 지지율이 급락한 사실에 대한 책임의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청년정치인을 자처했던 김 의원의 가상화폐 몰빵투자가 수많은 청년에게 박탈감을 줬다”고 비판한 민주당 대학생위원회의 성명도 그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3공 시절 교과서 첫 페이지를 장식해 학생들이 줄줄 외우고 다니던 `국민교육헌장'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 김 의원의 타고난 소질이 계발되고 발휘될 곳은 여의도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