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의 안전불감증 ‘소확행’
기자수첩
미국의 경자학자 스티븐 레빗(Steven Levitt)의 `괴짜 경제학'에 따르면 미국에서 어린 자녀가 총기 사고로 사망할 가능성은 집안 수영장에서 익사할 확률의 100분의 1이다.
테러로 사망할 가능성은 기름진 음식 섭취에 따른 심장병으로 죽을 확률보다 낮다.
비행기 탑승과 자동차 운전의 시간당 사망률은 같다.
레빗은 그런데도 사람들이 수영장이나 느끼한 음식, 운전보다 총기와 테러, 비행기에 훨씬 많은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건 전자는 통제 가능하다고 믿는 반면 후자는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예측 가능하고 따라서 조금만 주의하면 막을 수 있는 일은 가볍게 여기고, 그렇지 못한 일에 신경을 곤두세운다는 것이다.
모든 안전사고는 예방하면 막을 수 있는데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길거리에서 158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건 정말이지 어처구니 없음을 넘어 귀와 눈을 모두 막고 싶을 지경이다.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게다가 사고 경위로 들리는 얘기는 하나같이 어안이 벙벙한 내용뿐이다.
이태원 참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반성하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안전불감증은 언제 어디서든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
이런 가운데 충주시에서 최근 믿고 싶지 않은 행사가 진행됐다.
시는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18일 세계무술공원 야외무대에서 `소확행 콘서트'를 개최했다.
시내와의 거리 탓도 있겠지만 날씨가 워낙 추워 행사장을 방문한 시민은 고작 300명 남짓에 불과했다. 그나마 인기 래퍼를 보러 온 10대 청소년들이 대부분이었다.
눈이 내린 영향으로 행사장은 미끄러워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인기가수 공연 때에는 청소년들이 앞으로 일시적으로 쏠리면서 안전펜스가 밀리자 행사요원들이 펜스가 넘어지지 않도록 몸으로 막아서는 등 불안 그 자체였다. 이태원 참사의 악몽을 떠오르게 하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전날 눈이 온 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일요일로 기록된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손난로에 의지한 채 두 시간여 동안 추위에 떨어야했다.
그러나 충주시는 행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전날과 행사 당일 `즉시 보도 부탁'이라며 행사비로 포상금 일부를 사용했다고 자랑한 것은 물론 행사가 마치 대성황을 이룬 것처럼 무대 앞쪽 위주로 클로즈업한 사진을 배포하는데 급급했다.
시민안전보다 시정 홍보가 우선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확한 건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최하는 행사라면 시민안전이 가장 우선 시 돼야 한다. 유명가수를 초청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싶었다면 추운날씨를 감안해 마땅히 실내에서 개최했어야 했다. `소확행 콘서트'가 겨울철 레포츠인 빙어낚시가 아닐지언데 강추위에 시민들을 두 시간 넘게 세워두는 건 자치단체가 할 일이 아니다.
행사비 5500만원 중 2000만원을 정부의 포상금으로 마련했다는 대목도 마뜩잖다.
포상금이라함은 응당 해당 업무에 헌신한 공무원이나 실·과에 돌아가야 한다. 그 것도 아니라면 연말 취약계층 돕기 등 의미있는 곳에 사용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충주시는 결과적으로 포상금을 시민들을 추운데로 내모는데 사용하고 말았다. 곳곳에서 안전불감증이 노출된 것 또한 질타받아 마땅했다.
선의로 어떤 일을 했더라도 그 결과까지 반드시 좋게 나오는 건 아니다. 충주시의 `소확행 콘서트'가 딱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