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된 친일은 답도 없다

데스크의 주장

2022-10-18     박명식 기자
박명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인 정진석 국회의원이 일본의 한반도 식민침탈을 옹호하는 망언을 쏟아내면서 국민적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으로 썩어 문드러져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과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의 글을 올렸다.

정 위원장의 이 같은 주장은 국민들은 물론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까지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일제 강점기에 면장을 지냈던 조부의 친일 DNA가 살아 숨 쉬는 망언이다. 조부의 친일행각을 부끄러워하고 사죄하며 살지는 못할지언정 자신이 친일파임을 자백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같은 당 소속인 유승민 의원조차도 정 위원장의 망언을 질책하면서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유 의원은 “우리 당 비대위원장이 맞나? 임진왜란, 정유재란은 왜 일어났나? 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는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쳤나? 망언을 국민께 사과하고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학창시절 역사시간에 일본(왜구)이 고려 말에만 591회, 조선시대 들어서도 178회나 한반도 땅을 침략했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는 조선 인구의 3분의1을 죽일 정도로 우리 민족에게 크나큰 고통과 시련을 주었다고 똑똑히 배웠다. 조선이 안으로 썩어 문드러져서 망했다는 기록은 어떤 역사책에도 찾아 볼 수 없고 배운 적도 없다. 뼛속까지 친일이 아니고서야 이 같은 망언을 토해낼 국민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비통하게도 이 나라 집권여당 대표직에 있는 국회의원 입에서 그런 망언이 터져 나왔다. 시대를 역행하는 망언을 서슴없이 뱉어낼 수 있다는 것은 그가 품어 온 역사관이 심각하게 삐뚤어져 있다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또한 일제 식민사관을 철저히 추앙하고 있다는 데에도 한 치의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정 위원장의 망언은 이완용 등 일제의 조선 식민 지배를 정당화한 친일 매국노들이 설파한 내용과 일맥이 같다는 데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정 위원장의 친일 식민사관 발언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019년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있을 경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하자 “일본과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냐? 보복조치를 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장관이 그렇게 함부로 얘기할 수 있냐”며 대응보복을 해서는 안된다는 식의 논조로 강 장관을 호통 쳤다. 자민련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당시에는 `친일 청산법' 발의를 반대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정 위원장의 망언이 여론의 화두로 들끓자 황현필 역사바로잡기연구소 소장은 “일제강점기 친일파들은 성공과 야욕을 위해 자신들의 의지로 친일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 후손들은 친일파 아버지와 조상덕분에 기득권을 누리고 호의호식하면서 세뇌된 친일이기 때문에 답도 없다”는 명쾌한 설명으로 국민의 이해를 도왔다. 이 쯤 되면 한발 물러섬직도 하건만 정 위원장은 “역사 공부 좀 제대로 하라”며 되레 짜증을 내니 진짜 답이 없는 것 같다.

어찌 됐든 정 위원장은 대한민국 정치역사의 한 페이지에 한 때 집권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었고, 항일독립운동이 치열했던 충절의 고장 충남 공주가 낳은 5선 국회의원이었고 식민침탈로 우리민족에게 피눈물을 쏟게 한 일본을 늘 눈물겹게 걱정한 정치인으로 후손만대 길이길이 영원토록 잘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