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 법정시한 지켜라

데스크의 주장

2021-11-07     석재동 기자
석재동

 

지방선거 때마다 악습처럼 되풀이돼 온 국회의 선거구획정 지연이 내년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재현될 조짐이다.

선거구를 획정해야 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전혀 가동되지 못하면서 나온 전망이다.

공직선거법상 국회는 선거일 180일 전, 즉 다음달 2일까지 전국 광역(시·도)의회 선거구와 의원 정수 등을 획정해 관계 법령을 정비해야만 한다. 하지만 여야의 관심사가 온통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에 모아지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인 지방선거와 관련된 국회의 움직임이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이러다간 내년 지방선거도 `깜깜이 선거'로 치를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지방의원들의 선거구는 지방선거 때마다 달라지고 있으나, 선거구 획정은 법정기한내에 결정되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 당시에도 국회는 법정시한은 3개월 넘긴 2018년 3월 5일에야 선거구를 획정했다. 그렇다보니 출마예정자들은 출마예정자를 비롯한 유권자들에게 많은 혼란을 초래해왔다. 선거구 변경이 예상되는 지역 출마예정자들은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하지 못했다. 유권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내년 충북지역 지방선거에서도 선거구 변경은 불가피해 보인다.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옥천군과 영동군의 도의원 정수는 2명에서 1명으로 줄어들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기준은 헌법재판소에서 지난 2018년 광역의원선거의 인구 편차를 4대 1에서 3대 1로 강화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인구 기준은 상한 8만2612명, 하한 2만7537명이다.

영동군 1선거구(영동읍·양강면)는 2만3470명, 2선거구(9개 읍·면)는 2만2794명으로 최저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선거구를 통합해야 한다. 옥천군도 1선거구(옥천읍) 인구는 2만9077명으로 최저기준을 넘어서지만 2선거구(8개 면)는 2만1235명으로 선거구통합 대상이다.

반면, 인구가 늘고 있는 청주시 흥덕구는 증원요인을 충족했다.

이 같은 문제는 광역의회를 넘어 기초(시·군)의회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국회에서 광역의회 선거구를 획정해야만 광역지방자치단체(충북도)가 이를 토대로 기초의회 선거구 조정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매선거때마다 불거지는 선거구획정 지연을 바라보고 있자니 국회선진화법이 떠오른다.

불과 8년전인 2013년만해도 국민들은 매년 연말이면 새해 정부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치졸한 힘겨루기에 눈살을 찌푸려야만했다. 법정시한인 12월 2일이 지켜지지 않는 게 상식 아닌 상식이었고, 심지어 새해 들어서야 예산안이 통과되기 일쑤였다. 그럴때마다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갔고, 급기야 국회무용론까지 나왔다.

그러자 국회는 매년 반복되는 새해 예산안 늑장처리관행을 막기 위해 지난 2013년 국회선진화법 조항을 신설하고, 이듬해부터 적용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정해진 기간 내에 예산안 심사를 완료하지 않으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도록 했다. 이후 새해 예산안 늑장처리 관행은 사라졌다. 매년 연말마다 가슴을 쳤던 국민들의 답답함도 덩달아 사라졌다. 이제 국회선진화법에 관련 조항을 신설해서라도 지방선거 선거구획정 법정시한 늑장처리관행은 떨쳐버릴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