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 성현 가라사대
김기원의 목요편지
우리 삶 속에 공자 맹자 장자보다 더 훌륭한 `자'자 성현이 있습니다.
먹자, 놀자, 쉬자 성현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렇습니다. 건강과 행복의 길라잡이이자 바로메타이기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숭상받는 성현들이지요.
작금의 인류 최대의 적인 코로나를 물리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유용한 행동양식이라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여 세 성현의 보약 같은 가르침을 축약하여 올리니 널리 혜량하기 바랍니다.
먹자 성현 가라사대.
먹되 잘 가려먹으라 합니다. 독버섯과 복어 알이 그렇듯이 먹음직스럽다고 배고프다고 함부로 먹으면 영원히 못 먹게 된다고.
또 건강상태와 나이에 따라서 해가 되는 음식이 있으니 상황에 맞게 섭취하라 합니다.
먹되 정도껏 먹으라 합니다. 맛있다고 과식하고, 배고프다고 폭식하고, 귀찮다고 거르고, 댕긴다고 과음하고 폭음하면 낭패 본다고.
아프고 쇠잔해지면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니 먹는데 돈 아끼지 말고, 좋은 음식은 혼자 먹지 말고 사랑하는 이든 이웃이든 정답게 함께 먹으라 합니다.
시루떡을 만들면 이웃집에 한 접시씩 돌리고 난 후 가족들 먹이던 어릴 적 엄마처럼.
특히 뇌물은 패가망신을 초래하는 화근이니 삼키지 말고 크든 작든 보는 즉시 물리치라 합니다.
그리고 초식이든 육식이든 모든 먹을거리는 신성하기 그지없는 희생제물이니 감사히 먹고 먹은 만큼 남에게 베풀며 살라 합니다.
놀자 성현 가라사대.
일할 때 일하고 놀 때 놀라 합니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말이 있듯이 잘 놀아야 에너지도 충전되고 창의력도 생긴다고.
놀되 가려 놀라 합니다. 쾌감을 쫓는, 퇴폐와 향락에 빠지는 놀이에 탐닉하면 나락에 떨어진다고.
육체와 정신에 알파가 되는 건전한 놀이를 하되 가급적이면 혼자가 아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놀이를 하라 합니다.
놀 수 있을 때 놀라 합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라는 대중가요가 웅변하듯 다리 힘 좋을 때 놀라고.
춤이든 노래든 운동이든 게임이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눈치 보지도 말고, 주눅 들지도 말고, 마음껏 즐기라 합니다. 그리고 나이와 몸 상태에 걸맞은 놀이를 하되 이왕이면 치매예방에 좋고 많이 웃을 수 있는 놀이를 즐기라고.
쉬자 성현 가라사대.
쉬되 편히 쉬라 합니다. 근심 걱정 내려놓고 쉴 때 푹 쉬라고.
쉬되 충전이 되도록 쉬라 합니다. 기계도 쉴 때 닦고 조이고 기름 치듯이 사람의 몸과 마음도 쉴 때 닦고 조이고 기름 쳐야 한다고.
쉬되 틈틈이 쉬라 합니다. 달리는 자동차도 오래 달리면 과부하가 걸리듯이 사람도 오래 일하고 놀면 과부하가 걸리니 틈틈이 쉬라고. 쉬어야 할 때 쉬지 않으면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고.
보시다시피 먹자 놀자 쉬자 성현들이 인간들에게 주는 공통된 메시지는 자애(自愛)와 절제(節制)와 배려(配慮)입니다. 세상에 잠시 소풍 왔다 가는 단 한 번뿐인 생인데 돈벌이와 출세와 애욕에 눈이 멀어 잘못 먹고, 잘못 놀고, 잘못 쉬는 우매한 인간들이 참 많습니다.
인류를 고통으로 몰고 가는 어처구니없는 코로나라는 재앙도 따지고 보면 인간들의 이런 일그러진 탐욕에서 나온 자업자득입니다. 오호통재지요.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삶의 다반사인 먹고 놀고 쉬는 일에 소홀함이 없도록 아니 보다 더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도록 애써 노력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욕심을 좀 더 절제하며, 이웃을 좀 더 배려하며 사는.
먹자 놀자 쉬자가 소비가 아닌 투자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시인·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