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인 여전히 `찬밥' … 기술강국의 `민낯'

충북기능경기대회 50개 직종 중 14개 참가자 전무 “장점보다 폐해” … 충북에너지고 3년전 기능반 폐지 장기근무 가능 불구 사회 기여·타인 인정점수 ↓ 기피

2020-06-10     김금란 기자

기술 강국을 외치면서도 현실에서는 기능인은 여전히 찬밥 신세다.

기능경기대회 종목에서도 IT 등 인기 직종은 지원자가 넘치는 반면 미장, 용접 등 기피 업종은 지원자가 없어 경기 자체가 치러지지 않고 있다.

2020년 충북기능경기대회가 지난 8일 개막해 오는 12일까지 열린다.

올해 기능경기대회 경기 종목은 7개분과 50직종이지만 도내 참가 선수는 36개 직종 228명에 그쳤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참가 인원이 가장 많은 분과는 전기·전자로 8개 직종에 60명이 출전했다. 이어 IT·디자인 분과(5개 직종) 미예 분과(6개 직종)에 각 41명이 참가했다. 7개 분과 중 참가 인원이 가장 적은 분과는 공예·의류다. 이 분과는 7개 직종 중 석공예, 귀금속공예, 보석가공, 도자기 종목은 지원자가 한 명도 없다. 단 목공예, 의상디자인, 한복 3개 직종에 각 4명이 참가했다. 이어 8개 종목에서 기능인을 뽑는 금속·수송분과는 자동차 페인팅 7명, 농업기계정비 9명, 용접 4명 등 20명이 신청했다. 하지만 경기 당일인 지난 8일 용접 종목 일반인 참가자 4명이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아 경기가 치러지지 못했다.

기능경기대회 직종 50개 중 조적, 미장, 배관, 주조, 자동차 정비, 자동차 차체 수리, 판금 철골구조물 등 14개 직종은 참가자가 없어 경기 자체가 개최되지 못했다.

마이스터고인 충북에너지고등학교는 기능반을 3년 전 폐지했다.

기능반을 폐지한 충북에너지고 고광욱 교장은 지도한 학생이 국내 기능대회는 물론 세계기능대회에 출전해 금메달 2, 은메달과 동메달 각 1개 등 세계대회에서 4개의 메달을 딴 기능인을 배출했지만 기능반을 없앴다. 기능반을 위한 실습실은 체력단련실, 바리스타 체험실, 당구장 등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했다.

고광욱 교장은 “세계대회에서 금, 은, 동메달을 모두 획득했던 11개 종목을 지도해본 교사로서 기능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따기까지 그 과정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알고 있기 때문에 기능반을 폐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100명의 학생을 지도하면 그 중 1~2명이 메달을 딴다. 남은 99%의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장점도 있지만 폐해가 더 많다는 판단으로 기능반 폐지를 결정했었다”고 말했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기능경기대회 선수로 육성하려면 입학하면서부터 2~3년간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데 그 과정을 버틴다 해도 메달을 목에 걸기가 쉽지 않다”며 “용접 종목의 경우 현장에서 기술자가 되면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용접을 배울 학생도 가르칠 교사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우리나라의 600개 직업 종사자 1만81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보고서 `2018 한국 직업 정보'에 따르면 직업대분류별 직업 종사 기간이 20년 이상인 비율을 보면 기능 직종인 건설·채굴직은 32.3%, 설치·정비·생산직은 22.8%로 각각 나타났다. 하지만 경영·사무·금융·보험직은 16.2%, 연구직 및 공학 기술직은 12.8%, 교육·법률·사회복지·경찰·소방직 및 군인은 10.9%, 보건·의료직인 19.9%로 나타났다.

기술직의 경우 20년 이상 근무를 할 수 있지만 사회적 기여 및 타인 인정 점수는 낮았다. 사회적 기여 및 타인 인정 점수(5점 만점)가 높은 직종은 보건·의료직(3.97점), 교육·법률·사회복지·경찰·소방직 및 군인(3.94점), 연구직 및 공학 기술직(3.71) 순이었다. 반면 건설·채굴직은 3.02점, 설치·정비·생산직은 3.19점에 그쳤다.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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