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얽힘
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양자역학의 양자도 어려운데 양자가 얽히는 현상인 양자 얽힘은 물리학자들에게도 어려운 개념이다. 하지만 물리학자에게 어렵다고 일반인들에게도 어려울까? 양자 얽힘은 일반인들에게 오히려 더 친근한 개념이 될 수도 있다.
물리학에서는 어떤 물체에 어떤 영향을 작용하려면 서로 접촉이 있어야 한다. 멀리 떨어져서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고전역학의 기초를 이루는 생각이자 현대 물리학의 기초이기도 하다. 양자 얽힘 현상은 멀리 떨어져 있는 두 물체가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아니라 서로 한 몸처럼 행동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얽혀 있다는 표현이 더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태양이 지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은 중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지구와 태양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중력이 태양에서 지구까지 전달되는 데는 약 8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태양이 아무리 급해도 지구를 어떻게 하려면 8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즉시적으로 태양이 지구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그런데 양자 얽힘이라는 현상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즉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이것을 아는 물리학자는 많겠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물리학자는 많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물리학자도 그것을 이해하는 물리학자는 매우 드물다. 아마도 이것을 완전하게 설명할 수 있는 물리학자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개념은 일반인들에게는 그렇게 생소한 것이 아니다. 마리오 분게(Mario Augusto Bunge)라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과학철학자는 이 양자 얽힘을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부부는 부부다.”라는 비유적인 말로 설명했다. 부부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남남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남남은 아니다. 하지만 이 둘이 서로 그리워하고 있지만 무슨 방법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물리학자들의 생각이라면, 일반인들은 그래도 무슨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멀리 있는 자식이나 애인이 무사하기를 기도한다. 그런 행동의 배경에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내가 이렇게 기도하면 그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막연하게 믿기가 좀 어려우면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내 기도를 듣고 그 소원이 성취되게 멀리 있는 자식이나 애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일반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지만 물리학자들에게는 너무나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물리학자들에게 그러한 현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양자 얽힘 현상이다. 부부처럼 짝을 이루는 두 양자가 탄생해서 하나는 오른쪽으로 가고 다른 하나는 왼쪽으로 갔다고 하자. 그리고 이 둘이 10만 광년쯤 멀리 가버렸다고 하자. 이 두 양자는 각각 두 가지 상태(하나를 +, 다른 하나를 ?라고 하자.)가 있을 수 있다. 두 입자는 이 두 상태의 합이 항상 영(0)이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하나가 +이면 다른 하나는 ?가 되어야 한다. 관찰하기 전에는 +와 ?가 중첩되어 있는 상태이다가 관찰하는 순간 어느 한 상태로 나타난다. 한 입자 하나를 관찰했더니 상태가 +이었다면, 10만 광년 떨어져 있는 다른 입자는 반드시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찰하는 순간 1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자기 짝의 상태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1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입자가 서로 순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이 우주 만물은 서로 얽혀 있다. 하물며 너와 내가, 남한과 북한이,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이 아무 관계가 없는 사이겠는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서로 얽혀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