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은 평화다
수요단상
평창은 평화와 동의어가 되어야 한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지난 2011년 개최가 결정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23번째 겨울 세계 스포츠인의 제전인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분단국가에서 열리는 사상 첫 동계올림픽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주지하다시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 조마조마하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임을 주장하고 있고, 핵실험과 ICBM 등 전략 무기 발사 실험을 통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는 도발을 잇달아 감행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대북은 물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서도 강경 노선을 굽히지 않으며 세계인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
한반도 주변은 역사적,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대립각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당당하게 겨루면서 사실상 양대 강대국을 자처하고 있는 중국은 한반도 사드배치 이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환태평양에서의 군사적 팽창에 대한 욕구를 숨기지 않고 있다.
북한에 의해 한반도에서의 직접적 위협을 감지하고 있는 미국은 더 이상 물러설 기미 없이 일본과의 동맹적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노골적이고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통해 독점적 지배의 여운을 유지하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일본 역시 북한의 위협을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커지고 있는 중국의 세력에 대응하면서 자국의 군사력 강화를 통한 새로운 지배질서 구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지극히 비관적이다. 남북의 대립은 종전이 아닌 휴전, 즉 전쟁을 잠시 쉬고 있는 상태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대다수 외국인들은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 등에 상당히 우려하고 있으며, 이 같은 도발에도 담담한 한국 국민들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의 경탄을 나타내고 있다.
2018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등 강원도 일원은 휴전선과 비무장지대와 상당히 가깝다. 겁 많은 외국인들 사이에는 우려와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는 지리적 여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평창과 평화는 동의어가 되어야 하고 서로 상존하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다는 역설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다.
한반도는 반세기 이상의 분단과 대립에도 전면적인 전쟁의 위협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이후 적어도 남북한의 사람들 사이에는 절대적인 적대화의 틀에서 벗어나 한민족으로 하나가 되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스포츠를 통해 남북 단일팀 구성과 공동응원 등의 아름다운 해빙기를 여러 차례 만들어 왔다. 그때마다 남북은 대화와 소통을 외면하지 않았으며, 서로 맞잡은 두 손을 더욱 힘차게 흔들어 왔다.
때맞춰 문재인대통령은 올림픽기간 동안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 등을 천명하고, 북한 역시 신년사를 통해 대표단 파견으로 화답하면서 평창에서의 평화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스포츠를 통한 선의의 경쟁과 아낌없는 서로 간의 격려와 응원은 인간의 가장 순수한 믿음과 신뢰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한계를 극복하는 아름다운 스포츠 미학을 통해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 더불어 인간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질서와 인류애를 제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려와는 달리 지극히 평화롭고 안전하며, 눈부신 번영을 거듭하고 있는 평창과 한반도를 직접 볼 수 있게 된 평창올림픽. 안방에서, 혹은 현장에서 이를 직접 보고 듣게 되는 세계인들은 평창을 통해 전 세계가 비로소 평화의 희망을 함께 노래할 수 있게 됨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남과 북, 한민족이 그렇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