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회장의 도전, 동부대우전자 일으킬까

동부대우전자에 사재 60억 출연 통해 유상증자 실시 "투자강화"

2016-06-09     뉴시스 기자
흑자전환 하이텍 이어 전자는 고부가 분야에 주력하며 '부활' 모색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전자 분야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대우전자는 김 회장의 사재 60억원을 포함해 2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에대해 동부대우전자가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계약에 따라 자기자본금 1800억원 유지에 문제가 생겨 증자를 한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동부대우전자 측은 "(자본금)부족분은 1분기 경상이익 실현금으로 6월까지 충분히 메울 수 있다"면서 "그보다 프리미엄 제품군 개발 및 투자를 위해 증자를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김 회장이 그룹 내 비금융 부문으로는 유일하게 남은 전자 계열사에 대한 강력한 육성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동부그룹은 지난 2013년 말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의 긴 터널에서 이제 막 빠져나온 상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구조조정 전권을 맡겼던 동부그룹은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김 회장이 창립부터 손수 일궈 온 동부건설과 동부제철 등 핵심 계열사들이 분리됐다. 애착이 컸던 동부팜한농 또한 결국 LG로 매각됐다.

김 회장 개인적으로는 당시 법정관리를 앞두고 있는 동부건설의 주식을 매각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 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30대그룹으로 불렸던 동부그룹은 현재 재계순위 45위까지 내려앉았다. 자산총액 8조 규모로 대기업집단 기준에서 해제되는 '굴욕'을 당할 위기다. 전자분야에서의 재도약이 절실하다.

그나마 김 회장이 사재 3000억여원을 출연하며 뚝심을 갖고 키운 시스템반도체 업체인 동부하이텍이 10여년 적자 끝에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 한숨을 덜고 있는 상황이다. 1분기 매출액 1839억원에 영업이익 272억원으로 영업이익률 22.1%를 기록했다.

관건은 동부대우전자다. 매출액은 하이텍을 상회하지만 영업이익은 30억원에 불과하다.

동부대우전자는 인수 당시만 해도 잦은 워크아웃으로 신제품 출시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 상태였다. 인수 후 중저가 시장에서 선전하며 적게나마 이익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유수의 전자기업들도 중국업체들의 추격을 피해 프리미엄 시장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부대우 역시 고부가가치 산업에 도전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에는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주무기로 내세운 '경사드럼 세탁기'를 출시했다. 5월까지 국내외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연내 대용량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등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면서 "이번 유상증자는 향후 2~3년 뒤 출시할 프리미엄 제품들 개발에 투자를 할 것이다"고 밝혔다.

김준기 회장은 현재 대기업 집단에서 보기 드문 창업주 경영인이다. 정치인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기업가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자수성가형'으로 평가받는다.

동부그룹이 1969년 동부건설의 전신인 미륭건설 창업을 시작으로 철강과 농업 뿐만 아니라 금융권까지 크게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 회장의 과감한 결단력과 승부수가 있었다.

구조조정 여파 속에서 반세기 동안 일궈낸 기업들을 잃은 김 회장이 다시 전자업 쪽에서 화려한 재기를 모색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