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청주다
시민기자의 눈
장류보위 <이주노동인권센터 간사>
지난달 말 서울에 있는 식당의 사장이 중국인 근로자에게 임금을 주지 않는 일로 서울에 다녀왔다.
아침에 이주노동인권센터 소장님, 필리핀 친구들과 출발해 소장님은 수원 노동청에 가시고 나는 시간 여유가 좀 있어 수원에서 서울까지 지하철을 타고 친구를 만나러 갔다.
서울에 자주 가지 않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면서 뉴스에서 나온 블랙홀,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사고 등등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올라 좀 불안했다.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친구와 동대문에서 만나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배가 부르자 동대문 구경에 나섰다. 메르스 때문인지 외국인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일 년 전 동대문에서는 한국어보다 러시아어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이날은 동대문이 예전처럼 외국인이 많지 않은 한국 시장이 돼 있었다.
오후에는 소장님과 강남으로 이동했다. 가끔 서울에 와봤지만 늘 같은 코스로 다녔기 때문에 다른 곳은 잘 몰랐다. 그러나 이번 서울 방문은 ‘강남 스타일’ 고향에 볼일이 있었기 때문에 강남이 어떻게 생겼는지, 부자들이 사는 동네가 어떤지 볼 기회였다.
청주 ‘촌’에서 올라와 서울의 고층 건물 간판들을 보니 목이 아팠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위만 보고 살면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람이 위, 즉 너무 높고 먼 목표만 보고 살면 그것을 이루고자 서둘러 움직이지만, 이러한 행동이 행복의 지수를 높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강남을 둘러본 후 또 다른 일을 해결하려고 서울 법원으로 갔다. 어마어마하게 보였다. 우리 청주에 있는 법원과 검찰청보다 몇 배나 더 커서 집행사무소를 겨우 찾았다.
그런데 무더운 날씨에 습기 있는 반지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안쓰러웠다. 그 사람들은 나름대로 법원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자체가 자랑스러울지 모르지만, 나의 눈에는 법원이 큰 개미집으로 보였다. 집은 크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니 좁고 답답하고 개미굴 같았기 때문이다.
일을 마치고 청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너무 기뻤다. 내가 청주에 살고 있다는 것이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