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담배 끊고 모은 돈 이웃위해 쓰면서 나눔 시작”

나눔 활동 홍보·확산 등 위해 부부 아너 가입

마음 그대로 하던 그대로 하는 것이 참된 봉사

벌어서 나누는게 아니라 나누면 그만큼 채워져

액수의 크고 작음 보다는 진심에서 우러나와야

2014-12-30     연지민 기자

그 어느 때보다 대형사고와 불황의 그늘로 고단하기만 했던 2014년은 국민 모두 활짝 웃어본 기억 없이 팍팍한 시간을 견뎌온 한 해였다. 하지만, 힘든 여건 속에서도 각박한 세상을 보듬듯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이들이 있어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갑오년이기도 했다. 크고 작은 나눔의 손길이 보태지면서 세상의 따뜻한 사랑 온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올해는 충북 최초로 부부 ‘아너소사이어티(이하 아너)’가 탄생해 추운 세밑을 훈훈하게 해주었다. 주인공은 충북 12번째와 19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인 이민성 (주)무영종합건설 대표이사와 김순자 무영산업개발 대표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늘지고 구석진 사회에 사랑의 불씨를 지핀 ‘부부 아너소사이어티’를 만나 나눔과 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민성·김순자 부부가 대표로 있는 (주)무영종합건설은 청주에 뿌리를 내려 30여 년 지역과 함께 성장한 기업이다. 신의를 바탕으로 한 경영철학은 작지만 탄탄한 기업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고, 이러한 기업 정신은 지역사회에 환원이라는 애정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민성 대표는 올 연말 충북지역에 이슈가 되었던 충북의 ‘부부 아너’ 1호 탄생에 대해 “그냥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라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대표는 “언론에 노출되는 부담이 크다 보니 아너에 가입하기 쉽지 않았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누는 일도 좋지만 나눔을 널리 홍보하고 아너 가입을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해 부부아너에 가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있는 사람이 나눠야 한다. 하지만, 나눔을 보여주기식으로 하면 안 된다. 마음 그대로, 하던 그대로 하는 것이 봉사다”면서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내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내가 나눌 수 있도록 해줬다”며 모든 공을 아내에게 돌렸다.

이에 김순자 대표는 “좋은 일 하는데 하지 말라고 할 수 없지 않냐”며 “돈은 쓰는 만큼 벌인다는 게 평소 생각이다. 벌어서 나누는게 아니라, 나누고 나면 그만큼 채워지니 나눔을 주저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고 자신만의 나눔 철학을 들려줬다.

또 “부부 아너에 가입하자 자식들이 너무 좋아했다. 딸은 전화해서 너무 잘했다고, 아빠 엄마 최고라고 말해줬다”며 “자식들도 봉사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전했다.

지금은 ‘부부 아너’로 나눔의 전도사가 됐지만, 이들이 나눔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담배였다. 10년 전, 이 대표가 금연을 시작하며 모은 돈을 연말에 쌀로 바꿔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면서 지역사회에 나눔과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담배를 끊으면서 모은 1년치 돈이 당시 쌀 30포대였다.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하면서 나눔을 실천하게 되었다”는 이 대표는 “건강도 지키고 봉사도 하면서 느낀 보람이 지금까지 이어지며 지역사회와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다”고 들려줬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봉사지만 의혹의 눈길도 많았다. 정계에 진출하려는 것 아닌가, 사업에 이득을 취하기 위해 그런 것 아닌가 하는 불편한 시선은 꾸준한 봉사로 걷어냈다.

이 대표는 “30여 년 사업하고, 아이들이 성장하고, 학교 다니고 하는 모든 것이 청주에서 다 이루어졌다”며 “자식들에게 부모가 부끄럽지 않게 돈을 벌었다는 자부심을 주고 싶었다. 그것이 기본 양심을 지키는 일이고, 사회에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나눔에 주저하는 이들에게 “자식에게 물려주겠다고 생각하니 돈에 애착을 갖고 못쓴다”면서 “자식에게도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 스스로 무언가를 이뤘을 때 사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자식들에게 자립의 기회를 줘서 자립정신을 키우도록 하는 것도 부모의 할 일이다”고 충고했다.

이 대표는 “봉사도 중독이다. 100만 원하던 것이 1000만 원으로 금액이 커졌지만 안 하면 불편하다. 나누면 마음이 넉넉해지고 주면 더 행복하다”면서 “나눔이 크고 작은 게 문제가 아니라 진심이면 된다. 개미 군단이 나눔을 실천하는 세상이야말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모습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시대가 어려울수록 자신의 것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자기의 것을 나누기란 더더욱 어렵다. 국가도, 사회도, 가정도 모두가 힘든 갑오년을 보냈지만, 차가운 세상에 사랑의 온도를 올려준 이들 부부가 있었기에 2014년은 그래도 훈훈했다. 2015년 새해도 이들의 훈기가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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