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우려 수기명부 뒷북 대책
개인정보 유출 우려 수기명부 뒷북 대책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0.09.13 1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세 고위험시설군 등 수기로 출입명부 작성
보관·파기 규정 등 제대로 안지켜져 `불안 ↑'
보호위 “이름 제외 전화번호-시·군·구 기재”
이마저도 다음달에나 시행 … 불만 여론 비등
첨부용. /사진=뉴시스
첨부용. /사진=뉴시스

 

전업주부 이모씨(36)는 주말인 12일 모처럼 집을 나섰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5살·7살배기 두 아들과 일주일 내내 집에만 머물렀던 그에게 주말 외출은 불가피한 선택.

자녀들의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기에 미용실을 가야 했다. 미용이 끝난 후 귀가하는 길에 이씨는 아이들 간식을 사려 동네 토스트 전문점과 슈퍼에 들렀다.

이씨는 이날 2시간 남짓 동안 수기로 출입 명부를 적은 게 3차례다.

이씨는 “다른 사람들이 접촉한 종이와 펜을 만져야 해서 부담스러웠고, 특히 이름,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 명부를 누군가 볼 수 있다 보니 불안했다”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가면 써야 하는 출입명부를 놓고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 10일부터 고위험시설군에 QR코드를 기반으로 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전자명부)을 도입했지만, 규모가 작고 영세한 업장에서는 아직도 수기로 명부를 쓰고 있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누구나 볼 수 있어 자칫 개인 정보가 줄줄 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지 꽤 됐지만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씨는 “수기 명부를 가려 놓지도 않는 곳이 대부분인데, 실제 누군가 연락을 해온다면 코로나19 감염 못잖게 공포스러울 것 같다”라고 전했다.

최근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황당 문자'역시 한 남성이 식당 앞에 놓인 수기 명부를 보고 여성에게 `외로워서 연락했다'는 내용이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는 수기 명부를 받는 사업장에서 개인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보관 및 파기 방침을 공지했다.

하지만 일부 사업장에서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탓에 개인 정보 유출 피해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뒤늦게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개선책을 마련하자 뒷북행정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보호위의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을 출입하면서 수기 명부를 작성할 때 이름은 제외하고 역학조사에 필요한 휴대전화 번호와 시·군·구만 적으면 된다.

또 마스크를 착용하고 테이크 아웃을 하게 되면 수기 명부 작성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마저도 곧바로 시행하는 게 아니라 다음 달은 돼야 가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씨(41)는 “오래전부터 수기 명부에 대한 타인 접촉 가능성,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거론이 됐는데 이제 와서 개선책을 만든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하성진기자
seongjin98@cctimes.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